오세훈-정동영, 떡볶이집서 '무상급식 신경전'
오 "무상복지 폐해 예의주시" 정 "홍준표 지사와 생각같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전 의원이 3일 무상급식을 주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현재 오 전 시장은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 중이고 정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이름으로 이곳에 출마했다.
이날 두 인사의 만남은 떡볶이집에서 이뤄졌다. 오 전 시장은 오 후보와 함께 관악구 신원시장 한 분식집에서 '자급자족 민생탐험-삼시세끼 오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고 있었고 정 전 의원이 인근을 돌던 중 이곳을 찾아 두 인사의 만남이 성사됐다.
처음에는 환담이 오고갔다. 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과 오 후보에게 "(오 후보가) 미남이라고 소문이 많이 났는데 한 명이면 되는데 오 전 시장까지 오셨다"고 말했고 이에 오 후보가 "장관님(정 전 의원)도 실제로 보니 미남"이라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다시 떡볶이와 순대 등을 퍼주는 오 전 시장에게 "솜씨가 아주 능숙하시다. 두 분이 팔면 매상이 확 올라가겠다"고 했고 오 전 시장은 웃으며 "2시간을 했더니 조금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후 무상급식으로 대화 주제가 넘어가면서 오 전 시장과 정 전 의원 간 신경전이 붙었다.
정 전 의원이 오 전 시장에게 남미에 다녀온 경험에 대해 묻던 중 "(서울시장 하실 때) 고생하셨는데 그때 시장직을 안 걸어도 되는데 걸어서..."라며 "페루는 무상급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고 물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추진했지만 투표율이 개표 기준(주민투표 투표권자 총수의 1/3)에 달하지 못해 사퇴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의 언급에 오 전 시장은 "(페루에서) 우유 한 잔 프로젝트 등을 해 급식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에 정 전 의원은 "한 번 보지 그랬느냐. 그런데 관악구는 무상급식이 끊어지면 타격이 크니 시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이 "아니다. 그 반대"라며 "(관악구에는) 고소득층이 없고 저소득층이 많으니 오히려 고소득층은 빼고 저소득층에게 두텁게 줘야 한다. (그래야만) 훨씬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든, 구든 고소득층에 갈 것을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정 전 의원이 다시 맞받았다. 정 전 의원은 "(관악구에는) 고소득층이 없다.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생각이 같나"라며 "오 전 시장이 희생해서 일단 (무상급식 실시) 결정이 났는데 흔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착이 됐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에 "(홍 지사와는) 조금 다르다. 내 생각에는 이제 막 무상복지에 대한 경계심이 유권자들 사이에 생기는 중인데 이 단계에서 조금 더 숙성시켜 정책적으로 변화를 모색했다면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며 "(그런데 홍 지사가) 불쑥 감정선을 건드려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주민투표 무산으로 무상급식이) 결정됐지만 (현재 유권자들이) 무상복지가 가질 수 있는 폐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만큼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단계가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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