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랩' 레알 치차리토, 그리고 박주영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4.29 13:59  수정 2015.04.29 14:05

치차리토, 벤치 설움 날리며 레알 구세주 우뚝

박주영, 많은 기회와 신뢰 속 계속되는 추락

치차리토는 시즌 막판 레알의 구세주로 거듭났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치차리토(27·본명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최근 한 달 사이에 극적인 반전을 일궈냈다.

치차리토는 올 시즌 맨유에서 임대로 레알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BBC 트리오'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의 아성에 눌려 벤치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치차리토는 시즌 막판 레알의 구세주로 거듭났다.

지난 11일 에이바르전 골을 시작으로 19일 말라가전에서도 도움 1개를 추가했다. 하이라이트는 23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이었다. 벤제마와 베일의 부상 결장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준결승행을 이끌었다,

기세를 몰아 지난 27일 셀타비고와의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최근 4경기에서만 무려 4골 1도움이다.

치차리토의 활약이 이어지며 레알에서의 팀 내 입지도 급변했다. 당초 레알은 치차리토의 완전 영입에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친정팀 맨유 역시 팀 내에 치차리토의 자리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치차리토는 자칫 공중에 붕 뜰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레알은 최근 치차리토의 활약에 고무돼 정식 영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설사 레알과의 계약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최근 주가가 폭등한 치차리토의 영입을 원할만한 구단은 넘쳐난다. 그야말로 인생의 반전이다.

치차리토는 멕시코 축구계에서는 최고의 슈퍼스타다. 하지만 2010년 맨유 입단 이후로는 그의 프로 경력은 순탄치 않았다. 입단 첫해 20골을 넣으며 주목받았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는 한 번도 주전으로 중용되지 못했다.

레알 임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4시즌 간 치차리토가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빅클럽의 일원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하지만 치차리토는 자신에게 주어진 많지 않은 기회를 잘 살려내며 '슈퍼서브'로 거듭났다. 맨유에서 153경기를 뛰며 59골을 넣었고, 입단 2년차부터 출전기회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만큼 일단 기회만 주어지면 녹슬지 않은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치차리토와 박주영의 차이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다. ⓒ 연합뉴스

치차리토의 활약을 보면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오버랩되는 선수는 바로 박주영이다.

치차리토처럼 박주영도 젊은 나이부터 촉망받는 공격수로 꼽혔고, 유럽무대에 진출해 AS 모나코-아스날 같은 명문클럽에 진출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박주영은 2011년 아스날 입단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주영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스페인과 잉글랜드 챔피언십 임대를 통한 분위기 반전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주영은 결국 유럽무대서 밀려나 중동을 거쳐 현재는 K리그 서울로 유턴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치차리토와 박주영의 차이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치차리토 역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레알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철저히 밀려나며 대표팀에서의 입지 또한 위협받았다.

멕시코 대표팀 미구엘 에레라 감독은 "치차리토는 레알보다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작은 클럽으로 이적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에레라 감독은 지난 월드컵에서도 멕시코 공격의 핵심이던 치차리토가 경기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벤치에 앉혔던 결단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차리토는 시즌의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스스로 기회를 살려내며 부활했다. 베일과 벤제마의 부상으로 찾아온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치차리토는 멕시코 대표팀에서도 예전의 입지를 회복하며 여전히 중요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치차리토에 비해 한때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불렸던 박주영의 현 주소는 초라하다. 알고 보면 치차리토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회와 신뢰를 얻었음에도 살리지 못했다. K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어느덧 존재감이 희미해진 박주영의 모습은 기회의 가치를 아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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