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파퀴아오는 믿어봐라' 교묘한 욕망 자극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5.04 08:51  수정 2015.05.04 10:34

매번 야유 받아도 셈범 놓지 않은 메이웨더

욕하면서도 '깨라' 설정..복싱계 교묘히 이용

세계 복싱계는 47전47승의 사나이 메이웨더와 8체급 석권이라는 만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파퀴아오의 만남을 '세기의 대결'로 포장했다. ⓒ 게티이미지

'속담 주식시장'이 있다는 가정을 해봤다.

그렇다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3일 상한가를 쳤을 것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와 같은 속담도 동반 상승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이날 미국 라스베어거스서 열린 메이웨더(38·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세기의 맞대결'은 시끄럽기만 했다.

세계 복싱계는 47전47승의 사나이 메이웨더와 8체급 석권이라는 만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파퀴아오의 만남을 '세기의 대결'로 포장했다. 하지만 세계복싱협회(WBA)·세계권투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의 웰터급 3대 통합 타이틀전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빈 깡통만 요란하게 굴렀다.

몇 달 전부터 요란했던 빅매치는 12라운드까지 맹탕이었다. 파퀴아오가 때리러 가면 메이웨더가 피하다가 서로 엉겨 붙는 장면만 반복됐다. 메이웨더가 판정승을 거두는 순간 관중들의 허무함은 극에 달했다. 무색무취에 가까운 승부는 비판을 낳았다. 메이웨더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가 파퀴아오와 정면 승부를 펼치지 않고 요리조리 피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원래 그랬다. 파퀴아오와 만나기 전까지 그의 무패 행진은 철저한 아웃복싱에서 나왔다. 통산 26번의 KO승이 있긴 하지만 일부분이다. 메이웨더는 천부적인 순발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주먹을 피해왔다. 그런 뒤 야금야금 상대를 흔드는 것으로 정상에 올랐다.

매번 야유를 받아도 메이웨더는 자신만의 셈법을 놓지 않았다. 팬들과 복싱계 원로들이 그를 비판해도 오히려 그걸 즐겼다. 그러면서도 돈다발과 명품이 잔뜩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악당 이미지를 주저하지 않았다. 팬들이 메이웨더에게서 볼 수 있었던 복싱의 미학은 그가 불과 몇 센티미터의 차이로 상대의 빠른 주먹을 피할 때 정도였다.

복싱계는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 '한 번쯤은 메이웨더가 쓰러지는 걸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를 홍보하기 바빴다. 복싱 인기가 종합격투기(UFC)에 밀려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던 찰나에 마지막 칼을 뺀 셈이다.

그 대상으론 파퀴아오가 제격이었다. 요즘 같으면 만화에서도 막장 설정이 될 법한 파퀴아오의 '8체급 챔피언'이 핵심이었다. 빈민 출신 동양인에 화끈한 경기를 즐기는 파퀴아오는 얘깃거리부터가 풍부했다.

파퀴아오의 화려한 전적(57승·38KO·2무·5패)과 사우스포(왼손잡이)라는 독특한 점 하나하나까지 메이웨더와 섞이며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파퀴아오는 '끝판왕'이자 '악당'인 메이웨더를 무찔러 줄 것이란 믿음을 팬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둘의 맞대결이 흘러나온 것은 6년 전이다. 2009년 11월 파퀴아오가 미구엘 코토와 경기 직후 메이웨더에게 처음 도전장을 던졌다. 그때부터 복싱계는 둘의 대결이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다 최대한 늦게 열리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복싱계와 두 선수 모두 성공했다.

2억5000만 달러(약 2680억원)의 대전료, 1억5만 달러(약 1619억원)의 메이웨더 수입, 1억 달러(약 1199억원)의 파퀴아오 수입, 4억 달러(약 4318억원)의 유료시청료(PPV)와 입장권 판매액 등은 상상이 안 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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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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