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의 '핵이빨' 사건이 축구팬들을 경악케 했다.
우루과이 간판 공격수 수아레스는 경기 도중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어뜯는 엽기적인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악동 기질을 발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수아레스에게 4개월 축구 활동 금지와 대표팀 경기 9차례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K리그 클래식 2015에서도 나왔다.
한교원(25·전북 현대)은 지난 23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의 12라운드 경기에서 경기 시작 5분 만에 인천의 박대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주심은 곧장 한교원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공을 다투는 상황도 아니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기에 고의적인 폭력 혹은 보복 행위로 비춰져 더욱 팬들의 비난 여론이 거셌다. 전북 최강희 감독조차 “퇴장이 경기 흐름을 바꿔 놓았다”면서 “홈팬들이 경기를 즐길 기회도 빼앗았다”고 일갈했다.
사실 한교원은 근래에 보기 힘든 ‘무명 신화’의 표본이다.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해 어렵게 축구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1년 인천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발탁돼 프로에 입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한 뒤에는 11골 3도움으로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이를 발판으로 생전 처음 대표팀 유니폼도 입었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한교원은 축구선수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향후 5~10년간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활약해줄 수 있는 재능도 갖췄다.
그만큼 이와 같은 사태는 따끔하게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직 그가 왜 친정팀인 인천과의 경기에서 그토록 흥분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승부욕이 지나쳐서’라는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선 한교원이나 한국축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전북의 대처는 단호했다.
전북은 26일 베이징궈안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한교원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교원에게 벌금 2000만원과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이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수준 징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남은 건 프로축구연맹 자체 징계다. 엄중한 징계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재발을 방지하고 한교원이 다시 축구 팬들 앞에 성숙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수아레스의 ‘핵이빨 사건’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반복됐다는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
동업자 정신을 잃을 경우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 개인의 재능과 축구공이 헛돌지 않고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아직 한교원은 어리고 축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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