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사례' 들먹인 배상문, 이치 맞지 않는 특별요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6.01 10:48  수정 2015.06.01 10:55

입대 연기 요구하며 박주영 사례 거론

권리만 집착, 의무는 침묵하는 씁쓸한 사례

배상문이 입대 연기의 불가피성을 거론하며 박주영을 예로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프로골퍼 배상문(29) 행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다.

배상문은 '국외여행 기간 연장허가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문제로 병무청과 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병무청은 배상문이 이미 사전 통보한 귀국 일정을 어겨 병역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지난 2월 대구 남부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배상문은 최근 열린 공판에서도 입대 연기의 불가피성을 거론하며 당국의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배상문 측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한 것이 바로 축구선수 박주영(29·FC서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배상문 측은 박주영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병역혜택을 얻어낸 사례를 거론하며 “골프 종목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배상문에게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한번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배상문 측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상위 성적으로 시드 배정권을 받은 것을 두고 “국가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라며 “병역 문제로 이 모든 것을 버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병역 당국이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상문의 주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결국,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스포츠스타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로부터 특혜를 요구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상문이 롤 모델로 내세운 박주영의 사례는 정상적인 케이스가 아니다. 박주영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이미 2012년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이던 시절에 모나코 체류 자격을 통해 사실상 병역 면제에 준하는 혜택을 받았다.

당시 병역법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외국 영주권 혹은 체류권을 받으면 '국외이주사유 국외여행허가'에 따라 영주권을 얻어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해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박주영이 이 규정을 당초 취지에 다르게 자신의 편의를 위해 악용하면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병무청이 2012년 12월 21일부터 해외에서 활약하는 군 미필자 스포츠스타의 병역연기에 대한 규정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배상문이다. 2013년 1월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배상문은 종전 규정에서는 국외여행 허가가 가능했지만 강화된 새 규정에 따라 영주권 신규 취득자로 분류돼 국외 여행 허가를 받지 못하고 현역 입대자로 분류됐다.

박주영의 올림픽 출전 사례도 배상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박주영이 2012 런던올림픽 동 메달로 공식적인 병역혜택을 얻기는 했지만, 사실 그 과정도 비정상에 가까웠다.

더구나 배상문이 당시 박주영과 또 다른 상황이라는 점은 이미 만 28세를 넘겼다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 중 만 28세 이상인 선수 가운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출전을 전제로 병역의무가 연기된 사례는 없다. 이것만 봐도 배상문이 얼마나 이치에 맞지 않는 특별대우를 국가에 요구하고 있는지 명백히 드러난다.

현 시점에서 배상문의 병역 거부는 단순히 자신의 사적 이익에 대한 집착 외에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다. 병역 의무로 이해 현역 골프 선수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될 경우 생기는 금전적 손해는 물론 발생하겠지만, 이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희생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동등한 조건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스포츠스타들이 권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정작 국민으로서의 의무에는 침묵하는 이기적인 행태다. 3년 전 박주영이나 지금의 배상문 모두 스포츠선수로서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선을 넘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쉽다. 박주영이 처음 영주권 문제와 올림픽 출전으로 논란을 일으켰을 때 제2, 제3의 박주영이 나올 수 있다는 위험성은 이미 경고된 바 있다.

실제로 배상문이 그런 박주영을 들어 병역의무를 놓고 국가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위선양을 핑계로 국민의 보편적 의무와 태극마크까지 계산하는 일부 스포츠스타들의 도덕 불감증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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