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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비정상회담’ 멤버교체…제2의 ‘미수다’ 우려

  • [데일리안] 입력 2015.07.04 07:58
  • 수정 2015.07.04 08:04
  • 이충민 객원기자

갑작스런 멤버 하차에 시청자 반응 엇갈려

최상 조직력 ‘기획의 문제’로 와해되나

‘비정상회담’에서 하차하는 일리야 벨랴코프. ⓒ JTBC‘비정상회담’에서 하차하는 일리야 벨랴코프. ⓒ JTBC

KBS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는 글로벌 토크쇼의 원조다. 2006년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후 정규편성 돼 큰 사랑을 받았다.

초창기 ‘미수다’는 주목받는 불씨였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여성들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민감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고 국경 없는 내일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미수다’ 출연진이 몸을 사렸다. 매주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악성 댓글도 뒤따랐다. “한국 사회의 원칙이 마음에 안 들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글들이 많았다.

출연진은 갈수록 위축됐고 미수다 제작진은 결국 시청자 게시판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미수다’는 불가피한 일방통행을 했다. 한국 문화 찬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반복된 한국 문화 찬양은 식상함으로 돌아왔다. 시청률은 계속 떨어졌고 ‘미수다’ 제작진은 출연진 대거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썼다.

하지만 비주얼 최강을 자랑하는 자밀라(30·우즈베키스탄) 투입의 효과는 일회성에 그쳤다. 자밀라는 눈부신 미모를 자랑했지만, ‘미수다’ 인기는 정점을 지난 상태였다.

‘미수다’는 한국 사회의 이면에 대한 깊은 토론을 꺼리기 시작했다. 웨슬리(미국), 허이령(대만), 루베이다(캐나다), 미르야(독일) 등 풍부한 식견을 가진 출연진은 ‘미수다’를 떠났다.

한국어에 능통한 캐릭터가 사라지니 ‘미수다’는 매끄러운 진행도 어려웠다. ‘미수다’ 새 멤버들의 미모는 돋보였지만, 한국어는 서툴렀다. 결국, ‘미수다’는 2010년 봄 개편과 함께 사라졌다.

당시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문제가 아닌, 기획의 문제였다. 반복된 한국 칭찬, 연애관 소재에 질렸다”고 입을 모았다. 어찌 됐든 ‘미수다’는 4년 동안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불씨가 활화산이 될 수도 있었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크다.


비정상회담, 미수다 실수 되풀이 안 된다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은 남성판 ‘미수다’로 불린다.

‘비정상회담’은 ‘미수다’의 단점을 보완한 프로그램이다. ‘세계 G20 정상회담’을 콘셉트로 지구촌 사회 현안에 관해 토론한다. 출연진의 지식과 한국어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치 ‘미수다’의 웨슬리, 허이령, 미르야 캐릭터로 가득 찬 느낌이다.

‘비정상회담’은 균형이 잡혔다. 에네스 카야(터키, 하차), 타일러 라쉬(미국)는 천재적 언변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일리야 벨랴코프(러시아), 장위안(중국)은 뚜렷한 주관으로 사랑받고 있다.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는 격론의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

샘 오취리(가나), 줄리안 퀸타르트(벨기에), 기욤 패트리(캐나다)는 분위기 메이커다. ‘젊은 피’ 로빈 데이아나(프랑스), 테라다 타쿠야(일본), 수잔 샤키야(네팔), 블레어 윌리암스(호주)는 솔직하고 천진난만하다.

이런 가운데 ‘비정상회담’ 리더였던 에네스 카야가 하차했다. 공백이 우려됐지만, 러시아 대표 일리야가 충분히 메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정상회담’은 팀워크가 살아났고 시청자들은 멤버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MBC ‘무한도전’처럼 캐릭터의 힘이 컸다.

‘무한도전’ 팬들은 아직도 새 멤버(식스맨)를 낯설어 한다. ‘비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1주년 개편을 앞두고 6명이 하차하자 팬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애청자들은 “시청률 하락의 원인은 기획에 있다. 출연진 잘못이 아니다”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사실 ‘비정상회담’ 시청률 하락 폭은 크지 않다. 여전히 3~4%를 유지하고 있다. 평일 비지상파에서 이 정도면 매우 높은 수치다. 또 비지상파 동시간대 1~2위를 질주 중이다. 공중파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SBS 간판 예능 ‘힐링캠프’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최근 혐오주의 편, 세계3차대전 편을 방송했다. 시청자들은 “몰입감이 대단했다.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두 편 모두 진중권 교수가 출연, 토론의 질을 끌어올렸다. 타일러 vs 일리야 격론도 인상적이다. ‘비정상회담’ 홍일점 샘 오취리의 “(피부색 때문에) 혐오주의는 완전히 없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도 강렬한 충격을 던졌다.

한 마디로 ‘비정상회담’은 누구 하나 빠질 수 없는 구조다. ‘비정상회담’ 조직력은 지금이 전성기다. 시청률 하락은 출연진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인종차별 등 ‘민감한 사안’을 계속 다룬다면 화제를 모을 수 있다. 일리야, 수잔 등의 하차가 못내 아쉬운 이유다.

멤버 교체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활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비정상회담’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미수다’처럼 인터넷 반응을 걱정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각국 대표의 솔직한 발언을 살려야 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가 있어야(장위안)”, “히틀러는 부끄러운 역사다(다니엘)”, “친구가 내가 출연한 동대문 광고판을 보고 울었다. 한국에서 흑인 사진이 걸리는 걸 예상치 못했다고 하더라(샘 오취리)” 등 ‘비정상회담’ 캐릭터의 잠재력은 무한대다.

한편, 3일 서울 상암 JTBC 사옥에서 비정상회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비정상회담 김희정PD와 MC 성시경, 유세윤, 전현무, G12 패널 타일러(미국), 알베르토(이태리), 다니엘(독일), 새미(이집트), 프셰므스와브(폴란드), 니콜라이 욘센(노르웨이)이 참석했다.

기존 멤버 6명 하차에 대해 김희정PD는 “하차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면서 “훗날 유럽 특집이나 아시아 특집 때 다시 출연할 수 있다. 언젠가 또 함께 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정PD는 “제임스 후퍼(영국)가 좋은 예다. 물론 이 얘기가 가식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정말 실제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C 성시경도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며 “(그들이) 떠났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헤어질 때 모두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한편 비정상회담 새 멤버로 폴란드 대표 프셰므스와브 크롬피에츠(31), 브라질 대표 카를로스 고리토(30), 노르웨이 대표 니콜라이 욘센(28), 그리스 대표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26), 이집트 대표 새미(26), 일본 대표 나카모토 유타(20)가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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