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김응용’이라 뜻 깊은 2015 올스타전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7.13 10:33  수정 2015.07.14 09:22

지난해 박찬호 이어 '전설' 김응용 감독에게 공로패

프로야구 올스타전, 과거와 미래 연결 고리 역할도

2015 올스타전에서는 '레전드' 김응용 감독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코끼리' 김응용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의 전설이다.

프로야구 통산 1567승 1300패(승률 0.547)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한 감독으로 역사에 남았다. 삼성과 해태를 거치며 무려 10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야구에 동메달을 선사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 마무리는 썩 아름답지 못했다.

2013년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으로 9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2년 연속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부진한 성적에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과 팀 운영이 반복되며 신망마저 잃었다. 역대 최고의 명장은 한화에서의 2년 임기를 마친 후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임 김인식 감독(국가대표팀)은 2009년 한화 사령탑에서 경질됐지만 최종전에서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큰 절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했을 만큼 존경을 받았다. '야신' 김성근 현 감독은 올 시즌 만년 꼴찌 한화를 5강권으로 끌어올리며 김응용 전 감독 시절의 초라하던 모습과 더욱 대조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전성기 시절 김응용 감독의 명성을 잘 모르는 젊은 팬들의 눈에는 그저 '옛날에는 좀 했지만, 시대에 뒤처진 퇴물 감독' 정도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흑역사를 남기고 잊혀지던 김응용 감독이 오랜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2015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이라는 특별한 자리를 맞이해서다. 현직 프로야구 감독들이 자발적으로 "김응용 감독에게 공로패를 선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직접 김응용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올스타전 때 1이닝만 감독을 맡아달라”로 부탁하기도 했다. KBO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스타전은 지난해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의 공식 은퇴식을 주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 소속 구단에서 치러야할 행사를 왜 뜬금없이 올스타전에서 해야 하냐는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많은 팬들은 대체로 공감대를 보냈다.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축제다. 한국야구를 위하여 공헌한 이들, 야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을 배려하고 기리는데 있어서 올스타전보다도 더 뜻 깊은 이벤트는 없다.

김응용 감독의 야구인생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 그 자체였다. 젊은 신세대 팬들에게는 흑역사인 한화 감독 시절 아니면 그저 추억속의 옛날 사람 정도로만 인식될지 몰라도, 한국야구 자체를 사랑해온 모든 팬들에게 김응용은 소속을 떠나 한국야구 전체의 레전드였다.

올스타전이 김응용을 기념한다는 것, 현직 감독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서서 김응용을 예우한다는 것은 KBO 올스타전이 단순히 하루 즐기는 이벤트를 넘어서 야구의 전통과 역사를 기념하는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응용이라는 상징으로 대표되는 과거나 올스타전이라는 현재를 만나 다시 프로야구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전통으로 자리 잡는다.

염경엽 감독은 “김응용 감독의 노력과 공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젊은 감독들의 자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응용이라는 이름을 역사나 전통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30년의 역사를 넘긴 한국프로야구가 어느덧 쌓아올린 시간들을 돌아보고 의미를 기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