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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 "임지연과 연애하는 기분이었죠"(인터뷰)


입력 2015.08.09 07:56 수정 2015.09.22 17:17        부수정 기자

SBS '상류사회'서 재벌 2세 유창수 역 맡아

"무조건 열심히 할 것…감동 주는 배우 되고파"

아이돌 출신 박형식은 최근 종영한 SBS '상류사회'에서 재벌 2세 유창수 역 맡아 열연했다.ⓒ스타제국

유약한 '아기 병사'가 재벌 2세 백화점 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젖살은 쏙 빠졌고, 체격도 제법 다부졌다.

지난달 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유창수 역을 소화한 가수 출신 연기자 박형식의 눈부신 변화다. 그는 '나인'(2013), '일밤-진짜 사나이'(2013), '상속자들'(2013), '가족끼리 왜 이래'(2014)에 이어 이번 드라마까지, 했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2013년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 청년이 짧은 시간에 일군 성과는 꽤 놀랍다. 지난 6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난 열심히 했을 뿐인데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전작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철부지 막내아들 차달봉을 연기한 그가 '상류사회'에서 진중한 캐릭터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땐 "과연 박형식이 진지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따라왔다. 지상파 첫 주연이기도 했으니 부담이 됐을 법한데 박형식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밝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다른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혼자 있을 때는 '멍' 때리면서 고민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평소엔 말수도 별로 없고요. 공중파 드라마 첫 주연이라고 해서 부담이 되진 않았어요. 다만 책임감은 있었습니다. '꼭 해내야만 해!'라고 다짐했습니다."

캐릭터를 위해 박형식은 발성, 발음 교정을 했다. 외적인 변화가 가장 크다. 촬영 한 달 전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고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모든 장면이 어려웠다. '너 뭐하냐?' 이런 대사들까지도 그랬다. 대사를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쳐야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대본이 여유 있게 나왔고, 밤샘 촬영도 많지 않아서 조금은 여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촬영 전에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사 하나를 뱉을 때도 신중하게 생각했고요. 감독님이 절 보시곤 편하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촬영에 들어가니 역할에 적응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돌 출신 박형식은 최근 종영한 SBS '상류사회'에서 재벌 2세 유창수 역 맡아 열연했다.ⓒ스타제국

성준 임지연 유이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한 덕분인지 촬영장은 시끌벅적했다. "창수가 지이(임지연)와 있을 땐 달달하고, 윤하(유이)랑 창수는 친구 같았죠. 서로 장난이 끊이지 않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드라마는 톱스타들로 뭉친 경쟁작을 꺾고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서는 예상 밖 성과를 거두었다. 인기 비결에 대해 그는 "작가님, 감독님, 선배님들 모두 훌륭하셨다"며 "내가 잘해서 된 건 아니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가 맡은 창수는 재벌 2세인데도 평범한 아르바이트생 이지이와 사랑에 빠진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사랑이다. 지이는 창수를 '개본부장'이라고 부르며 미워하지만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창수의 매력에 자꾸만 끌린다. 톡톡 튀는 지이와 상남자 창수의 알콩달콩한 사랑은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창수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이지이라는 캐릭터가 꼭 필요했어요. 사랑할 때 연인끼리 티격태격하는 게 재밌는데 지이가 그걸 다 받아줬어요(웃음)."

이지이는 어떤 여자인 것 같으냐고 묻자 "세상 모든 남자를 꼬실 수 있는 비범한 여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에 능한 여자란다.

"임지연 씨와 호흡하면서 진짜 연애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설레는 감정을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진심으로 연기하고자 했죠. 지연 씨와 장난치는 느낌이 좋았어요. 드라마에서 대리만족한 셈이죠. 하하."

문득 인간 박형식의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졌다. "저와 잘 맞는 여자면 돼요. 상대방에게 맞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절 웃게 하는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코드가 잘 맞아야 알콩달콩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식은 창수를 순수한 남자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극 중 윤하의 엄마 민혜수(고두심)가 했던 대사를 읊었다. "순수하다는 건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게 아니라. 온갖 잡탕을 정제하고 단련시켜서 순수성이 되는 거야.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건 순수가 아니라 순진한 거지. 순진한 건 이용당하고 버려지기 쉬워."

그러면서 그는 "이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앞으로 순수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 박형식은 최근 종영한 SBS '상류사회'에서 재벌 2세 유창수 역 맡아 열연했다.ⓒ스타제국

'아기 병사' 때 순진했다는 그는 이후 물 밀듯 들어온 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좋은 일들도 넘쳤지만 예기치 않은 안 좋은 일들도 생겼다. 뭐든 잘하고 싶은 생각은 머릿속을 맴돌고, 쓸데없는 고민만 늘어갔다. 예전에는 마냥 밝기만 하고 긍정적이었던 그는 "이젠 모든 걸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게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지독한 현실을 마주한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지금 제 상태가 조금은 위험해요.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작품을 만나 제 고민과 생각들을 풀고 싶어요."

순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는 편이냐고 묻자 그는 무겁게 입을 뗐다.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엔 누군가를 붙잡고 얘기해요. '내 마음이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하죠. 과거엔 제 스스로를 컨트롤 했는데 이젠 잘 안 되고, 홀로 버티는 것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듯해요."

화제를 돌려 가수 출신인 그가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결정적 계기를 물었다. 박형식은 "우연한 기회로 뮤지컬에 출연한 뒤 연기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연기가 정말 재밌다는 걸 느꼈다. 단역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는데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생겼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가수와 연기자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선 "사람의 감성,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느냐 연기로 표현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면서 "드라마 OST나 디지털 싱글 앨범 등을 통해 가수로서도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상류사회'를 통해 그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자칫 자만할 수도 있지만 안주하면 안 된다고,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선보이는 게 연기자의 도리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전 부족한 연기자예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앞으로 안해 본 역할에 도전해서 연기력을 채워 넣을 거예요."

박형식이 꿈꾸는 연기자는 어떤 모습일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진한 여운이 남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맡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당분간 쉬고 싶은데..."라며 멈칫하다 '어벤져스',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같은 슈퍼 히어로들이 입에서 술술 나왔다. "어떡하죠? 제가 요즘 영웅이 되고 싶은가 봐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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