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에서의 부진으로 절레절레..게이틀린 승승장구에 위협
오히려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결승에서 시즌 베스트 기록
우사인 볼트, 위기관리능력도 번쩍…게이틀린은 불쏘시개?
‘번개 인간’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가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볼트는 23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서 열린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생애 9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의 아성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단거리 육상의 자존심 게이틀린은 이날 결승에서 0.159초에 스타트를 끊은 볼트 보다 늦은 0.165초에 스타트를 끊어 출발부터 뒤졌다.
막판 스퍼트에서도 볼트를 압도하지 못하며 0.01초 늦은 9초80으로 2위에 만족했다. 준결승에서 볼트의 결승 기록인 9초79보다 빠른 9초77로 준결승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개의 금메달을 획득, 칼 루이스와 함께 세계선수권 역대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 공동 1위에 올라있던 볼트는 이날 우승으로 이 부문 단독 1위가 됐다.
볼트는 2009 베를린대회와 2013 모스크바대회에서 100m, 200m, 400m계주를 석권했고, 2011년 대구 대회에서는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인해 충격의 실격을 당했지만 200m와 400m 계주에서 예외 없이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선수권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날 볼트의 우승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볼트의 관록과 위기관리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준결승 스타트에서 실수를 범해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로 치고 나오지 못하다가 레이스 막판 극적으로 1위로 골인했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기록(9초58)은 물론 올 시즌 자신의 평균 기록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9초96)을 작성, 보는 이들은 물론 볼트 자신도 ‘큰일 날 뻔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로 인해 ‘이번엔 게이틀린도 볼트를 넘을 수 있겠다’는 기대 아닌 기대도 부풀었다. 특히,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올 시즌 남자 100m 종목 1위부터 4위까지의 기록(9초74, 9초75, 9초75, 9초78)이 모두 게이틀린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결승전의 뚜껑을 열었을 때 볼트가 다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했던 트랙 위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볼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은퇴할 때까지 최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내 목표”라며 “안정된 상태에서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고 밝혔다. 또 이날 기록에 대해 “내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얘기해도 할 말이 없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볼트가 스스로 기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100분의 1초를 이겼어도 이긴 것은 이긴 것이고, 볼트가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게이틀린이 은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앞서도 언급했듯 볼트의 스타트가 게이틀린보다 빨랐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레이스 막판 20m를 남겨두고 볼트가 보여준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근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볼트의 우승 장면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다. 사람이 지닌 위상과 타이틀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다는 의미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이전 대회까지의 성적이 게이틀린에 비해 열세였지만 ‘월드챔피언’ 타이틀이 걸린 세계선수권에서만큼은 볼트에게는 동기부여가 됐다. 또 그런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승부처에서 볼트에게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볼트와 게이틀린의 남자 100m 맞대결은 볼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들의 ‘베이징 혈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자 200m와 400m 계주에서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00m의 경우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경기가 끝났지만 200m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100m와 마찬가지로 200m에서도 올 시즌 1-2위의 기록(19초57, 19초68)을 모두 게이틀린이 보유하고 있다.
선수들이 뛰어야 하는 거리가 두 배로 길어졌기 때문에 볼트가 특유의 폭발력을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게이틀린으로서는 빠른 스타트로 기선을 제압하고 볼트의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가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리드를 넓혀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과연 베이징에서 만난 볼트와 게이틀린이 벌이는 두 번째, 세 번째 맞대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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