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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생선인간 신드롬, 신기루처럼 사라지다


입력 2015.10.14 22:45 수정 2015.10.14 23:30        이한철 기자

사상 초유의 '생선인간' 소재 획기적인 영화

황당한 설정 고개 갸우뚱...관객 반응 엇갈릴듯

영화 '돌연변이'에 출연한 배우 이천희, 박보영, 이광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올해 가장 획기적인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돌연변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생선인간 신드롬에 대한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가 세상의 관심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칸 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셰이프'의 각본을 쓴 권오광 감독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모았다.

박구는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다. 홀연히 나타난 그의 등장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리며 큰 파장을 일으킨다. 매스컴과 SNS의 계속되는 노추로 인해 박구는 일약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생선인간 박구 신드롬'은 사회현상으로 번진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음모로 박구는 스타 생선에서 순식간에 죽일 놈의 생선으로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다.

14일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권오광 감독은 "평소 좋아하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집단 발명(Oollective Invention)'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준비했다"며 "우스꽝스럽고 무기력한 생선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밝혔다.

상상력은 기발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소재를 통해 청년실업, 언론의 왜곡보도, 무한경쟁 사회, 인권의식 실종 등 사회적 문제들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지나치게 많이 담으려하다 보니 무엇 하나 두드러지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또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기대했던 재미와 코믹한 요소들은 무거운 주제들에 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때문에 영화는 94분의 짧은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감이 있다.

또 박구의 성추행 장면이나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모호한 변 박사의 캐릭터 설정 등은 보는 시각에 거부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만큼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돌연변이'에 출연한 배우 이광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생선인간 이광수를 비롯해 이천희, 이보영 등 대한민국 대세 배우들의 출연은 반갑다.

영화, 드라마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이광수는 전례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는 4시간~6시간이 걸리는 분장과 8Kg이 넘는 생선인간 탈을 2달간의 촬영기간 직접 착용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었다"는 이광수는 "이런 역할은 평생 해보기 어렵다.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광수는 "몸짓과 고개 각도 손동작으로 박구의 캐릭터를 통해 연기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전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능청스러운 캐릭터부터 진중한 생활연기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이천희는 박구 덕에 정직원이 되고 싶은 인턴기자 성원으로 등장한다. 안쓰러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자 청년실업 문제를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천희는 성원 역에 대해 "성원은 내레이션을 맡아 박구를 바라보는 눈이자 박구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다"며 "박구의 감정과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감정,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보이되 안 보이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 '돌연변이'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빙의녀 '나봉선' 역으로 최고의 시간을 보낸 박보영은 '돌연변이'에서 박구 덕에 인터넷 이슈녀가 되는 ID 폭행몬스터 주진 역을 맡았다.

주진은 박구를 제약회사에 팔아넘기고 온라인상에서 다소 난폭한 욕설과 행동들을 벌이는 인물로 박보영은 자신만의 색깔로 황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박보영은 "박구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돌연변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돌연변이'는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2일 정식 개봉 이후에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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