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가 포스트시즌 3선발 유희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산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원정 1차전서 경기 막판 불펜진의 난조와 오재일의 결정적 실책으로 인해 8-9 역전패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서 1차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일단 기선제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31차례 한국시리즈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횟수는 무려 24회에 달한다. 즉, 1차전을 가져간 삼성은 단 1경기만으로 우승 확률이 77.4%로 껑충 뛰었다.
두산은 경기 초반 삼성 선발 피가로를 무너뜨리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두산은 4회 이승엽의 평범한 플라이를 좌익수 김현수와 유격수 김재호가 미루다 놓쳤다. 기록지에는 2루타로 적혔지만 명백한 실책이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채태인의 중전 안타 때 이승엽이 홈을 밟았다. 굳이 주지 않아도 될 1실점이었다.
7회에는 더 어이가 없었다. 바뀐 투수 함덕주가 나바로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리드를 지키고 있었던 두산이다. 하지만 조기 등판한 마무리 이현승이 이지영을 평범한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그러나 송구가 잘못됐다. 1루수 오재일이 공을 놓친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들어와 역전이 되고 말았다.
후속 조치도 난감하기만 하다. 6회초 공격 때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던 정수빈은 투구에 손가락을 맞고 말았다. 그대로 교체 아웃된 정수빈은 손가락 열상으로 6바늘을 꿰매 2차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서 체력 소모가 심했던 마무리 이현승도 2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느라 2차전 선발 니퍼트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시즌 내내 에이스로 활약했던 유희관의 부진이다. 이날 유희관은 삼성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8피안타 2사사구 5실점을 기록했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폭발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왔지만 객관적인 기록만 본다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경기서 팀이 모두 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희관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NC와의 3차전에서도 2.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고, 이날 두산은 16실점이라는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패전투수 역시 당연히 유희관이었다.
유희관의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은 8.76(12.1이닝 12실점)에 달한다. 올 시즌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의 빼어난 성적을 남긴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유희관은 전반기 12승 2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다. 20승이 가능한 페이스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확 떨어졌다. 후반기 12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5.09에 달한다. 또한 페넌트레이스 마지막이었던 9월 평균자책점은 8.89로 치솟는다. 즉, 시즌 막판 좋지 않았던 컨디션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김태형 감독도 인지하고 있다. 김 감독은 26일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들에게 "만약 유희관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보장도 없다"며 에둘러 유희관을 감쌌다. 감독의 감싸주기에도 이미 떨어진 체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유희관을 대체할 자원이 두산에 없다는 점이다. 유희관은 지난 1차전에서 5실점하는 가운데서도 6이닝을 버텼다. 현재 두산은 마무리 이현승까지 이어줄 계투진이 집단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100개 투구수를 기록한 유희관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발진 역시 니퍼트-장원준-유희관 체제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7차전까지 이어질 긴 승부서 두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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