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원정 3차전서 타선이 침묵하며 1-5 패했다.
3차전을 내준 삼성의 우승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1승1패 뒤 3차전을 잡은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1.6%(12번 중 11번)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삼성이 뒤집을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선발진은 약속이라도 하듯 세 투수 모두 부진한 투구로 대량 실점을 하고 있으며, 믿었던 타선도 터져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직전 터진 악재로 인해 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쯤 되면 불법 해외 원정 도박에 연루된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의 부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삼성 팀 내에서 차지한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윤성환은 올 시즌 17승 8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데뷔 후 개인 최다승을 거뒀다. 셋업맨인 안지만은 4승 3패 37홀드 평균자책점 3.33으로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갈아치웠고, 5승 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의 임창용은 구원왕이다. 이들이 합작한 기록은 26승 13패 37홀드 33세이브이며 이닝만 326.1이닝에 달한다.
비중은 물론 가치 면에서도 대체 불가 자원들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윤성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5.36으로 리그 투수들 중 5위에 해당한다. 3.48 WAR의 안지만과 3.20 WAR의 임창용 역시 구원 투수들 중 각각 4위, 6위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들의 WAR를 더하면 무려 12.04라는 압도적 수치가 나온다. 삼성 투수들은 올 시즌 26.78의 WAR를 합작했다. 절반에 가까운 기여를 했던 윤-안-임, 세 투수의 부재는 삼성 투수력의 절반이 날아갔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이들의 보직 특수성으로 인해 류중일 감독의 한국시리즈 구상도 꼬이고 말았다.
불펜의 중요도가 높아진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 없이 경기를 치를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류 감독은 삼진왕을 거머쥔 차우찬의 마무리 전업을 선언했다. 차우찬은 기대대로 1차전에 등판해 1.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선발이 버텨주지 못하고 타선마저 침묵한 2~3차전에 차우찬이 나설 기회는 없었다. 부진한 선발진도 결국은 이들 3인방 부재로 인한 간접효과 때문이다.
만약 삼성에 악재가 터지지 않았다면, 윤성환-차우찬-피가로-장원삼 순으로 로테이션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았다. 3차전 선발이었던 클로이드는 롱릴리프를 맡는 게 현실적이다. 하지만 윤성환, 차우찬이 한꺼번에 선발진에서 이탈하며 원투펀치를 잃고 말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팀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전 인터뷰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동요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가 거듭될수록 삼성 선수들에게는 동요하는 기색이 엿보이고 있다. 더그아웃 내 파이팅도 두산에 비해 부족하고 선수들 대부분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 2013년 1승 3패로 몰리다가 내리 3연승을 거두며 기적적인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현재 멤버들 대부분이 건재했고, 에이스 밴덴헐크와 마무리 오승환이라는 특급 투수들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 포, 상, 마를 모두 잃었다. 과연 기적은 일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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