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제조기’ 김태형, 뚝심이 불러온 승리보존의 법칙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0.30 22:39  수정 2015.10.31 00:12

두산, 4차전마저 잡으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

역대 KS서 먼저 3승 거둔 팀 우승 확률 93.7%

연이은 투구 운용의 성공으로 우승 문턱까지 다다른 두산 김태형 감독. ⓒ 연합뉴스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또다시 빛을 발한 두산이 삼성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홈 4차전서 노경은의 투혼을 앞세워 4-3 재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먼저 3승을 거둔 두산은 앞으로 1승만 더 추가한다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게 된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3승 1패가 된 경우는 모두 15차례. 이 가운데 먼저 3승을 따낸 팀의 우승 횟수는 무려 14회, 확률로는 93.7%에 달했다. 유일한 예외는 공교롭게도 2년 전 삼성을 상대했던 두산이다. 당시 두산은 먼저 3승을 거두고도 5~7차전을 모두 내줘 거짓말 같은 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이날 김태형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좌완 이현호를 선택했다. 여유가 묻어난 용병술이었다. 실제로 이현호가 깜짝 호투를 펼친다면 더 바랄 것 없는데다 조기에 내린다 해도 그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불펜진을 대거 투입해 컨디션 점검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초반 어수선한 상황에서 점수를 주고받는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두산이 먼저 선취점을 얻었으나 삼성이 곧바로 이어진 2회초 3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가만있을 두산이 아니었다. 두산은 4회와 5회, 각각 1점씩 보태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고, 양 팀의 점수 추가는 거기서 끝이었다.

중반부터는 양 팀 감독의 과감한 투수 운용이 돋보였다. 먼저 칼을 빼든 이는 김태형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선발 이현호가 난타당할 조짐이 보이자 2회 2사 후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노경은은 5.2이닝을 소화했고 92개의 투구수를 던지며 삼성 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사실상 선발 투수와 다름없는 활약이었다.

노경은은 고비 때마다 삼진 또는 탁월한 땅볼 유도 능력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특히 6회 선두 타자 배영섭을 내보낸 뒤 나바로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힘이 떨어진 듯 보였지만 김태형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감독의 믿음에 힘이 난 노경은은 박석민을 병살로 처리하며 크게 포효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두산의 수훈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우승 문턱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믿고 기용하는 투수마다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 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마무리 이현승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결국 5차전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불펜진이 불안한 것을 감안해 선발 장원준을 8회까지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이미 투구수 100개가 넘은 상황에서 장원준은 개인 최다 투구수를 기록, 생애 첫 KS 승리를 맛봤다.

반면, 삼성의 상황은 너무도 암울하다. 류중일 감독은 4.2이닝만을 소화한 피가로를 조기에 내린 뒤 마무리로 낙점한 차우찬을 긴급 투입했다. 차우찬은 3.1이닝동안 삼진 4개를 잡는 등 무실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끝내 타선이 터져주지 않으며 헛심을 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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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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