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0-5 완패했다.
1패를 떠안은 대표팀은 이틀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1일 대만으로 건너가 중남미 전통의 강호 도미니카 공화국과 B조 예선 2차전을 펼친다.
고작 1패에 불과하지만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일단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패배의 파장이 길게 번지고 있으며 경기 내용 역시 참패에 가까워 ‘제2의 삿포로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 대표팀은 2006 제1회 WBC 4강에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제2회 WBC 준우승으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2013 제3회 WBC 예선 탈락에 이어 이번 프리미어12 한일전 패배로 한국 야구의 허약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사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앞서 최정예 멤버들을 불러 모으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현역 빅리거들의 출전을 제한했고, 추신수와 류현진, 강정호가 일찌감치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삼성발 도박 스캔들로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이 최종 엔트리에서 하차는 악재까지 터졌다.
그나마 일본시리즈 MVP 이대호와 올 시즌 지바 롯데서 9승을 따낸 이대은의 가세한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최근 KBO리그는 뚜렷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어 타자들의 기록이 전반적으로 좋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KBO리그라는 우물 안에서나 통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대표팀 타자들은 일본 투수들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는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으로 한국 타자들에게 신세계를 경험시켜줬고, 이어 등판한 노리모토와 마쓰이 유키도 날카로운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선수층의 격차는 상하위 타선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표팀 3~6번 타순은 5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나름 제몫을 해냈다. 하지만 찬스를 이어가야할 하위타순이 문제였다.
KBO리그 소속팀에서는 한 타격한다고 칭송받는 이들이지만 이는 우물 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7~9번 하위타순은 교체 멤버까지 모두 8명의 타자가 나섰고, 이들은 12타수 2안타로 보탬이 되지 않았다. 9회초 무사 만루를 찬스를 무득점으로 날려버린 부분이 가장 뼈아팠다.
반면, 일본의 선수층은 두꺼웠다. 일본 역시 메이저리거가 참가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내파만으로도 한국을 쉽게 제압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달리 투고타저 현상을 겪는 속에서도 걸출한 활약을 펼친 12개 구단 타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들의 응집력은 상, 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찬스 때마다 득점을 뽑아냈다. 여기에 3명의 투수가 14개의 삼진을 합작하며 선보인 전혀 다른 차원의 투구 내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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