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기류’ 프리미어12 왕도 최대 변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1.16 08:03  수정 2015.11.16 08:03

미국과의 최종전서 결정적 오심으로 결승점 헌납

대만 내 혐한, 심판 판정에도 영향 미쳤다는 목소리

대만의 왕청헝 2루심은 명백한 아웃을 세이프로 판정했다. ⓒ 연합뉴스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를 뒤바꿔놓고 말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예선 B조 5차전 미국과의 최종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3 패했다.

이로써 3승 2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B조 3위를 차지, 16일 오후 7시 30분 A조 2위에 오른 쿠바와의 8강전을 펼친다. 김인식 감독은 쿠바전 선발로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낙점했다.

국내 야구팬들의 분노를 자아낸 장면은 연장 10회초 미국의 공격 때 나왔다. 연장전 돌입 시 승부치기로 펼쳐진다는 규정에 따라, 미국은 무사 1,2루서 공격을 시작했다. 이때 바뀐 투수 우규민의 재치가 빛났다.

번트를 시도한 프레이저의 타구는 살짝 떠올랐고, 우규민은 플라이로 잡는 척하다 공을 원바운드로 처리했다. 발이 묶인 미국의 주자들은 3루에서 2루로 이어지는 정확한 송구에 모두 아웃되고 말았다.

하지만 불편한 장면은 곧바로 이어진 프레이저의 도루였다. 2사 1루 브렛 아이브너의 타석에서 1루 주자 프레이저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리플레이 확인 결과 강민호의 송구는 정확했고 2루수 정근우가 프레이저보다 먼저 글러브를 갔다대는 장면이 포착됐다.

2루심은 대만 출신인 왕청헝 심판이었다. 결국 오심은 영향력은 지대했다. 미국은 이후 아이브너의 적시타가 터졌고, 이 점수는 곧 결승점이 됐다. 한국은 곧바로 이어진 승부치기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2-3 석패하고 말았다.

오심이 크게 아쉬운 이유는 경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 외에 ‘혐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로 오심 장면에서는 왕청헝 심판이 정근우의 태그 아웃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해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로리그를 운영 중인 대만은 그만큼 심판들도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타이밍 상으로도 아웃이었던 장면을 놓쳤다는 것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다.

대만 내 혐한은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1992년 단교 이후 대만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번졌고, 이는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 대만의 태권도 선수인 양수쥔이 한국계 필리핀 심판에 의해 실격패 당하자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반한 시위가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2013년 대만에서 1차 예선이 열렸던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대표팀은 대만과의 경기서 혐한 응원에 크게 시달린 바 있다. 경기장 내 대만 관중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초상화를 들고 조롱하는가 하면, '棒打高麗(방망이로 한국을 쳐라)'는 전단지를 배포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대만의 혐한 기류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대표팀은 도미니카와의 2차전부터 대만 심판이 배정된 경기서 유독 스트라이크존을 비롯해 체크 스윙 등 자잘한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대표팀이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하려면 1경기를 더 대만서 치러야 한다. 아직 쿠바와의 8강전 심판 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또 다시 대만 심판이 경기를 주관하지 말란 법 없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오심에 대해 “아쉽지만 심판이 그렇게 봤다는데 어쩔 수 있나. 경기를 하다 보면 여러 일이 있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도 KBO, MLB처럼 오심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비디오 판독 도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에둘러 감정을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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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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