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은 구색을 갖춘 투수진과 달리 타선의 힘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가 FA시장에서 조용했던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IA는 올 시즌 외국인선수 가운데 타자인 브렛 필과만 재계약했을 뿐 조쉬 스틴슨, 에반 믹과는 모두 결별을 선택했다. 대신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이라는 새로운 투수들을 영입했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우완 선발 자원들이다.
노에시는 벌써부터 제2의 에스밀 로저스(한화)로 거론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에시는 메이저리그 5시즌 107경기 12승 31패 평균자책점 5.30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에는 27경기 선발 등판 166이닝 8승 11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KIA는 노에시를 연봉 17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저스가 한화와 재계약하며 기록한 공식 발표 금액 19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스프루일은 지난 프리미어 12에서 미국 국가대표로서 한국전에 등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열린 조별예선 한국전에 선발로 나선 스프루일은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마저 장착해 국내 야구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선수 모두 한창 나이인 점도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노에시는 87년생으로 28세, 스프루일은 89년생으로 26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들이다. 이름값에 비해 전성기가 지나 한국에 오는 투수들과 달리, 어깨도 싱싱하고 경험을 쌓으면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투수들이다.
노에시와 스프루일이 순조롭게 연착륙한다면 KIA는 다음 시즌 역대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이미 2시즌 연속 15승 이상을 거둔 에이스 양현종이 건재하고, 다음 시즌에는 윤석민도 선발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구상대로라면 양현종-윤석민-노에시-스프루일로 이어지는 선발 4자리가 이미 채워졌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임준혁, 유창식, 문경찬, 김진우 등 후보들이 경쟁할 예정이다.
유일한 외국인 타자인 브렛 필과 재계약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필은 올 시즌 143경기 타율 0.325(536타수 174안타) 2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팀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과 100타점 이상을 올렸다.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필 홀로 중심 타선에서 공격을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도 남달라 동료와 팬들의 지지 또한 높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3인방의 힘만으로 다음 시즌 불안요소를 모두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6시즌을 바라보는 KIA의 전력은 현재 강력한 선발진-상대적으로 불안한 타선과 뒷문의 한계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윤석민의 선발 전환으로 당장 다음 시즌 마무리가 공석이 된 가운데 이번 FA시장에서 손승락, 윤길현, 정우람 등 쓸 만한 대어들을 모두 놓쳤다. 다음 시즌도 내부 전력 육성이나 보직 이동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무리 후보로는 일단 심동섭이나 최영필, 김광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타선 역시 FA 이범호와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현상 유지지 전력보강은 아니다. 오히려 최희섭이 은퇴했고 나지완의 부활 여부도 미지수다. KIA 타선은 올 시즌 타율(0.251)과 안타(1197개), 출루율(0.326) 부문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어느 정도 유망주들이 자리 잡은 투수진과 달리 타선은 당장 베테랑들을 대체할만한 자원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강력해진 선발진에도 궁극적으로 타선 재건 없이는 KIA의 성적 향상과 리빌딩은 요원할 뿐이다. 김기태 감독과 KIA 구단이 남은 스토브리그에서 과연 어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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