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소비’ KIA, FA 거품 향한 정문일침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2.06 09:47  수정 2015.12.06 09:48

대형 FA 영입 아닌 특급 외국인 선수에 심혈

내부적으로도 김기태 감독과 긴 호흡하겠다는 뜻

KIA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만 큰 돈을 들였을 뿐, 내부 육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KIA 타이거즈

KBO리그 FA 시장의 거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가운데 KIA 타이거즈가 남다른 행보를 선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올 시즌 FA를 선언한 선수 22명 중 18명이 계약을 마친 가운데 총 계약 규모는 최대 717억 7000만원으로 벌써 역대 FA 총액 신기록을 경신했다. 선수들의 이동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역대 최고액으로 NC 유니폼을 입은 박석민을 비롯해 타 구단 이적을 결정한 선수만 7명에 달한다.

FA 시장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KBO리그 잔류할 김현수는 최초로 100억원대 계약이 가능한 선수다. 여기에 오재원과 박재상, 고영민도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아 총액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구단은 한화와 NC, 그리고 롯데다. 이들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FA 시장에 큰 돈을 들였다. 한화와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의 통 큰 투자로 이미지 재고 및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NC는 신흥강호로 입지를 굳히려하고 있다.

반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팀들도 있다. 삼성과 KIA, 그리고 SK다. 이들은 내부 FA 붙잡기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외부 수혈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재계 서열 1~3위라는 점과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우승을 경험한 단 세 팀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특히 KIA의 경우 삼성, SK와 달리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며 4년 연속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어 전력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내부 FA였던 이범호와 4년 36억원에 계약한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 FA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KIA는 올 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윤석민이 내년 시즌부터 선발로 전환될 예정이다. 마무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매물로 나온 정우람과 손승락에 높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몸값은 터무니없이 높았고, KIA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가장 큰 약점으로 불리는 타선도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오재원과 고영민, 박재상은 KIA가 영입을 검토해볼 만한 자원들이다. 특히 오재원과 고영민은 무주공산인 2루 포지션에 적합하다. 하지만 KIA 구단 측은 “사실상 FA 시장에서 손을 뗐다”는 입장이다.

물론 KIA 타이거즈는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다. 무리해서 FA를 잡기 보다는 빼어난 외국인 선수를 붙잡는 합리적 소비를 선택했다.

특히 최근 계약이 성사된 선발 투수 헥터 노에시가 핵심이다. KIA는 메이저리그 5시즌 동안 107경기 12승 31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한 노에시와 연봉 17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역대 외국인 선수 발표 액수로는 에스밀 로저스(한화, 190만 달러)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후반기, KBO리그를 폭격한 로저스와 달리 검증조차 되지 않은 선수에게 큰 액수를 안긴 이유는 그만큼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노에시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성적이 로저스와 무척 흡사하다. 여기에 150km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스펙만 놓고 본다면 ‘제2의 로저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에시의 몸값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19억 7000만원이 된다. 즉, 연평균 20억원이 넘는 4년 80억원 이상의 FA보다 싸게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노에시가 낯선 한국 땅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큰 숙제가 있지만, 국내 FA들도 먹튀가 수두룩한 것은 마찬가지다.

더불어 타자 보강 없이 FA 시장에서의 철수는 그만큼 김기태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KBO리그 대부분의 구단들은 당장의 성적에 매달리다 실패하면 그 책임을 감독에게 씌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KIA는 김기태 감독과 보다 긴 호흡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KIA는 몇몇 특급 선수들이 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승권과 거리가 먼 전력이다. 결국에는 팀 내 유망주들이 성장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수밖에 없다. 한 치 앞을 바라보기 보다는 ‘10년 대계’ 쪽으로 가닥을 잡은 KIA의 선택이 거품만 잔뜩 낀 FA 시장에 정문일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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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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