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겐프레싱’으로 통하는 강한 압박과 화끈한 공격 축구로 도르트문트 중흥을 이끈 클롭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리버풀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 게티이미지
올 시즌 유럽 축구계 수장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빅리그내 다수 구단들이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 여러 감독들을 내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10월부터 두 달여 동안 5명, 독일 분데스리가는 4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5명, 이탈리아 세리에A는 무려 6명이나 되는 감독들이 경질 고배를 들이켰다.
최근에도 첼시의 무리뉴 감독 경질을 필두로 맨유 판 할 감독, 레알 베니테스 감독 등 명문 구단들의 감독 교체설이 판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선수단 전원을 바꿀 수 없기에 감독을 바꾸는 것’이라는 속설대로 대부분 감독들이 성적 부진 혹은 선수들과의 불화 등의 책임을 1차적으로 지고 짐을 싸기 마련이다. 구단들 또한 팬들의 공분과 여론 질타를 무마하기 위한 첫 수단으로 감독 경질의 칼을 빼든다.
이것이 효과를 보는 경우 팀 성적 상승은 물론 선수단 분위기를 비롯한 팀 주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올 시즌 가장 대표적인 예는 리버풀이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기대를 모았던 리버풀은 개막 초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초반 11경기 동안 단 4승에 그치는 부진 속에 로저스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극으로 치달았다.
리그컵에서 4부리그 칼라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승리하는 등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리버풀 경영진은 에버튼전을 앞두고 로저스 감독에 경질을 통보했다.
이후 ‘게겐프레싱’으로 통하는 강한 압박과 화끈한 공격 축구로 도르트문트 중흥을 이끈 클롭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리버풀은 완전히 탈바꿈했다. 밋밋하고 따분했던 경기력이 상대 골문을 향해 쉼 없이 전진하는 전사의 팀으로 돌변했고 선수단 또한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단합된 힘을 내뿜었다.
클롭 감독 부임 이후 리버풀은 최근 15경기에서 단 3패만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고 약 두 달 남짓 되는 기간 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던 로저스 감독과 달리 참여하는 모든 대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클롭 감독은 결국 32강행 티켓까지 따냈다.
분데스리가의 묀헨글라드바흐도 사령탑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1년부터 4년 넘게 묀헨글라드바흐를 지휘하며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파브르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유례없는 부진에 빠졌다. 리그 개막 후 무려 6연패라는 극악의 부진으로 도마에 올랐고 결국 구단과 합의하 자진 사임을 발표했다.
파브르 감독 사퇴 후 묀헨글라드바흐는 2군팀을 지휘하던 슈베르트 감독을 임시 대행으로 불러들였고, 이윽고 반전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대행 감독’이라는 딱지에도 슈베르트 감독은 위기에 빠진 팀을 빠르게 수습해 리그 6연승을 이끌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행은 실패했지만 맨시티, 유벤투스 등 강호들과 호각의 승부를 펼치며 저력을 입증했다.
당초 정식 감독을 찾기 전까지 임시로 지휘할 계획이었지만 놀라운 지도력을 짧은 기간내 보이자 묀헨글라드바흐는 지난 11월 슈베르트 감독과 정식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에도 슈베르트 감독은 자국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홈에서 3-1로 꺾는 등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감독 교체로 큰 성과를 보는 팀이 있는가 하면, 이전과 별 다를 바 없는 내용과 결과로 악수를 두는 팀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선덜랜드, 그리고 아스톤 빌라다.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두 팀은 지난 10월 각각 아드보카트, 셔우드 감독을 경질하고 새 사령탑을 앉혔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전혀 없다. 그나마 선덜랜드는 리그 3승을 챙기며 꼴찌는 면한 입장이지만 아스톤 빌라는 6경기 째 승리가 없다.
대표팀 수비수 김진수가 속한 호펜하임 역시 마찬가지. 분데스리가 전반기가 막을 내리고 휴식기에 돌입한 현재 리그 꼴찌까지 내려앉은 호펜하임은 지난 10월 기스돌 감독을 경질하고 독일 무대에 잔뼈가 굵은 훕 슈테벤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이후 7경기 동안 1승이 전부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이해가지 않는 감독 선임의 경우도 있다.
발렌시아는 구단 운영에 월권을 행사하고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며 성적 또한 변변찮았던 누누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후임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후보군이 오르내렸지만 이달 초 돌연 구단에서 새 감독으로 발표한 인물은 게리 네빌이었다.
단순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왜'라는 의문이 여론을 지배했다. 네빌은 지도자로서 그야말로 초짜다. 몇년간 잉글랜드 대표팀 코치를 해왔다고는 하나 감독 경험은 일천하다. 그나마 영국 스포츠방송 해설이나 분석가로 인기를 끌었던 정도, 당연히 감독 역량과는 별개다.
계속해서 여러 구단들이 감독 생명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일찍이 교체를 단행한 팀은 물론, 다음 시즌 감독을 미리 내정해놓은 팀도 있다. 감독들을 둘러싼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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