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1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FA컵’ 레스터 시티와의 64강 재경기서 2-0 승리했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이날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전반 39분 결승 선취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 21분에도 도움을 추가, 1골-1도움의 원맨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 입장에서는 그동안 부진을 떨치고 반전 기회를 마련할 좋은 경기였다. 언제나처럼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부동의 공격수 해리 케인에게 휴식을 부여함과 동시에 손흥민을 원톱 공격수로 투입했다.
대신 2선 공격수들은 주전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공격 2선에는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나세르 샤들리가 출전했고, 중원은 캐롤과 밴탈렙이 지켰다.
토트넘은 역습이 날카로운 레스터를 상대로 강한 압박을 펼치며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선발로 나서 충분히 몸을 데운 손흥민도 교체 출전했을 때와는 다르게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을 겨냥한 레스터 시티의 포백 라인도 볼거리였다. 이날 레스터 시티는 볼 소유가 원활하지 않자 수비 라인을 크게 위로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올 시즌 잦은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는 손흥민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의도였다.
손흥민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호시탐탐 상대 수비 라인 파괴를 엿보던 손흥민은 전반 종료 직전, 아예 오프사이드 트랩 라인 아래에서 볼을 건네받은 뒤 그대로 폭풍 드리블을 시도했다. 이어 수비수가 따라붙으려고 하자 자신의 장점 중 하나인 강력한 슈팅으로 레스터 골망을 갈랐다.
후반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레스터의 반격이 거세지자 후반 초반 해리 케인을 투입해 승리를 확정지으려 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이 투톱으로 나서는 4-4-2 포메이션으로 수시로 전환됐다.
아예 2선으로 빠진 손흥민은 후반 21분 빈 공간을 적절히 찾아 들어간 뒤 패스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샤들리가 침투해 들어가는 것을 보자 가볍게 스루패스를 제공했고 어시스트 1개를 적립했다.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서는 팀 승리와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됐다. 넘쳐나는 공격 자원들로 인해 선발 라인업 꾸리기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토트넘의 2선 공격 라인의 주전 경쟁은 그야말로 피 튀길 지경이다. 일단 지난 시즌 계륵이었던 에릭 라멜라가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당당히 자리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라멜라의 경우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이라 빠른 공, 수 전환을 요구하는 포체티노 감독 입맛에 딱 맞는 선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손흥민을 벤치로 밀어낸 결정적인 선수는 ‘신성’ 델레 알리(19)였다. 지난 시즌 MK돈스 임대 생활을 보내며 16골-9도움을 기록한 알리는 올 시즌 처음으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리그 18경기에 출전, 5골-3도움이라는 괴물급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에서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라며 알리를 스티븐 제라드에 비유할 정도다. 실제로 알리는 정교한 패스를 비롯해 슈팅, 활동량, 경기 조율 등 많은 부분에서 제라드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자리 하나는 또 하나 줄고 말았다.
남은 자리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지키는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인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에릭센은 올 시즌 팀 내 도움 1위를 기록 중일 정도로 볼 배급에서 탁월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도맡는 선수라 손흥민과는 역할이 다르다. 여기에 또 다른 경쟁자인 무사 뎀벨레가 복귀하며 손흥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FA컵에서의 활약은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을 바꾸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흥민은 조커로 나서는 것보다 선발로 나섰을 때 훨씬 더 좋은 모습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포체티노 감독 역시 2선 자원이 포화 상태라면 포메이션을 바꿔 케인-손흥민 투톱 전술도 고려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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