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의 풍년 속에 KBO리그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김현수(28·볼티모어)의 연착륙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달 볼티모어와 2년간 700만 달러(약 84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에 남았다면 사상 첫 FA 100억 원대 돌파가 가능했을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지만, 보다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택한 김현수다.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다. 구체적인 옵션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단 김현수의 보장 연봉(2년 700만 달러)은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특히 김현수의 계약 조건은 2년 먼저 볼티모어와 계약했던 윤석민(현 KIA)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2013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던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볼티모어와 3년간 1307만 5000달러라는 제법 큰 액수에 사인했다. 하지만 옵션이 과도하게 붙은, 선수에게 상당히 불리한 계약이었다. 보장연봉은 이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557만 5000달러였다.
윤석민 계약 당시 시점도 상당히 늦었던 데다가 취업 비자 발급마저 지연되는 바람에 몸을 만들 준비가 부족했다. 급하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마이너리그행 통보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여유를 갖고 미국 야구에 천천히 적응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메이저리그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윤석민에게는 2년차부터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할 조항까지 있었고, 결국 이 옵션은 독소조항이 되고 말았다.
마이너리그조차 버거운 모습을 보였던 윤석민은 1년차 시즌 막판 웨이버에 공시되는 등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 계약 해지와 함께 KIA 타이거즈가 이적료(1달러)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윤석민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과도한 옵션과 1년차 연봉(75만 달러)을 박하게 잡았던 볼티모어 입장에서도 윤석민의 실패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김현수는 윤석민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 김현수 측은 계약 시 깐깐하기로 소문난 볼티모어를 상대로 최고의 조건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단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현수에게는 과도한 옵션이 매겨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선발 출전 수에 따라 옵션이 발동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웠던 윤석민에 비해 보다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1년차 연봉은 280만 달러로 윤석민(75만 달러)보다 크게 높아 팀 내 입지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내년 시즌에는 420만 달러로 크게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 1년차부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현수가 몸담게 될 볼티모어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홈런군단이다. 특히 팀의 주포였던 크리스 데이비스를 눌러 앉히며 장타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약점이라면 엄청난 장타력에 비해 부족한 팀 출루율이다. 홈런이 아무리 많이 터지더라도 주자가 없다면 1득점에 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볼티모어는 이 부분을 보완하고자 선구안이 훌륭하고 출루 능력이 뛰어난 김현수를 택했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곤란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일단 팀 내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마이너 거부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윤석민의 경우처럼 아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다. 김현수의 2016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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