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판 할, 어쩌다 '불사조'가 됐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1.29 23:35  수정 2016.01.30 10:26

성적 부진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연일 경질 압박

맨유 수뇌부 요지부동, 당장 마땅한 카드 없다는 의미

맨유가 감독교체를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판 할에 대한 믿음보다도 그를 대체할만한 카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게티이미지

이쯤 되면 불사조다. 현지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연일 조롱을 당하고 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요지부동이다.

도마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판 할 감독 얘기다.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최근 부진한 프리미어리그 성적으로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다.

취임 이후 2년간 선수단 개편을 위해 역사에 기록될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성적은 고사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축구, 일부 선수들과의 불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맨유 팬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판 할 감독의 경질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이 확정됐을 때부터 판 할 감독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현지 언론에서도 판 할 감독의 사임을 시간문제로 여겼고, 당장이라도 경질 소식이 오피셜로 뜰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잠잠하다. 맨유 구단이 판 할 감독의 교체를 계속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판 할 감독이 경질될 사유는 충분하다. 성적은 부진하고 팀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맨유의 흑역사가 처음 시작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시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혹평도 있다.

판 할 감독이 당장 물러나더라도 대체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팬들이 강력하게 원하는 차기 감독 1순위로 주제 무리뉴 감독라는 검증된 명장이 재야에 있고, 준비된 맨유 감독 후보로 꼽히는 라이언 긱스 코치도 있다.

그런데도 맨유는 왜 판 할을 경질하지 않을까. 여론과는 달리 맨유의 구단 수뇌부에서는 아직 판 할 감독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특히, 맨유의 구단 운영을 좌우하고 있는 에드 우드워드 부사장은 판 할 감독의 입지가 흔들릴 때마다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판 할은 어찌됐든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베테랑 감독이다. 올 시즌 맨유의 성적이 부진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팀을 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복귀시켰고 올해도 우승권과 격차가 아주 많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시즌 중반에 감독을 섣불리 교체했다가 결과에 그에 미치지 못하면 더한 역풍이 불어올 수도 있다.

맨유는 이미 지난 해 성적부진으로 모예스 감독을 경질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또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하게 된다면 그간의 리빌딩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구단 이미지에 끼칠 악영향과 수뇌부에 돌아올 책임론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쉽게 판 할을 내칠 수 없다.

물론 맨유라고 대책 없이 판 할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판 할 감독이 겨울 휴가 기간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우드워드 회장이 선수단 내에 판 할 감독의 평가를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맨유 구단 내부에서도 판 할 감독의 재신임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맨유가 감독교체를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판 할에 대한 믿음보다도 그를 대체할만한 카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긱스의 감독 승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많다. 무리뉴는 첼시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계속해서 언론과 팬들이 주목하고 있는 맨유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지만, 정작 맨유 수뇌부는 무리뉴에 대해 시큰둥하다. 판 할 못지않게 자아가 강하고 트러블메이커 성향이 짙은 무리뉴를 꺼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유럽축구계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등은 올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영입을 타진할 수 있는 후보들이다. 맨유가 감독교체를 고려하더라도 시즌이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시 급하게 새 감독을 영입할 경우 선수단 개편과 팀 재정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될 수밖에 없다. 맨유와 판 할의 불안한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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