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이준익 감독이 그린 시보다 '찬란한 청춘'

이한철 기자

입력 2016.01.31 07:31  수정 2016.01.31 09:03

화려한 기교나 과장 없이 전한 정직한 이야기

강하늘·박정민, 아픈 청춘 열연 진한 감동

영화 '동주'는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그린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시보다 더 찬란했던 윤동주 삶의 진한 향기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200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를 비롯해 '소원' '사도' 등 매 작품마다 진정성 있는 연출로 호평을 받아온 거장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어둠의 시대에 찬란하게 빛났던 청춘에게 눈을 돌렸다.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지만 정작 살아생전 시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던 청년 윤동주와 그의 오랜 벗 송몽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린다.

'동주'는 아픈 시대상을 곱씹으며 청년 윤동주의 작품들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주목했다. 그리고 정들었던 고향을 떠날 때와 창씨개명을 선택해야만 했던 연희전문학교 시절 등 그의 생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시들을 배치했다. 이는 윤동주의 시가 더욱 가슴 깊이 남을 수 있도록 한 탁월한 연출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시에 부끄럽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했다"는 이준익 감독의 굳건한 포부처럼 영화 '동주'는 화려한 기교나 과장이 없다.

오히려 흑백으로 촬영함으로써 이야기를 더 담백하고 정중하게 그렸다. 이준익 감독은 "흑백 사진으로만 봐오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 운동가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흑백 화면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의 의도대로 흑백이기에 배우들의 눈빛과 목소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더 큰 시너지를 냈다. 현 시대로 과거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객들의 일제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며 아픔을 함께하게 한다. 아픈 이야기는 그만큼 더 가슴을 시리게 한다.

영화 '동주'는 근래 보기 드문 흑백 영화로 제작돼 리얼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젊은 패기와 열정을 가진 두 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이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속 청춘과 교감하며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윤동주를 과하지 않고 덤덤하게 그린 점이 돋보였다. 북간도 사투리나 일본어 연습, 그리고 혹독한 다이어트까지 강하늘의 노력이 오롯이 스크린 속에 담겼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을 보여주기 방식이 아닌 들려주기 방식으로 전달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강하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은 영화 속 중요한 순간마다 흡입력을 발휘했다.

'동주'가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새로운 길'은 그들의 앞날을 예견케 하며, '동주'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진'과 나란히 밤길을 걸을 때는 '별 헤는 밤'으로 두 사람 사이의 풋풋한 감성을 더한다.

박정민의 연기도 강하늘 못지않았다. 윤동주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는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이다.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 내공을 쌓아온 박정민의 내공과 매력은 송몽규 그 자체였다. 강하늘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서로 의지하는 내면 연기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다.

빛나던 미완의 청춘 '윤동주'와 '송몽규'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강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이준익 감독의 열한 번째 연출작 '동주'는 오는 2월 18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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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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