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개성공단 달러 전용 '증거' 공방은 '자업자득'


입력 2016.02.19 09:35 수정 2016.02.19 09:38        목용재 기자

<기자수첩>달러 현금, 김정은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북한 구조 차분히 설명했어야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응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수증 있나?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전용됐는지 여부가 증거 공방으로 변질된 것은 결국 정부 탓이지. 정부가 자금 전용 '관련자료' 운운할 때부터 꼬였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임금 전용 관련 '오락가락' 발언 이후 통일부의 수습,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직후 기자와 만난 북한전문가가 꺼낸 말이다. 개성공단 임금의 대량살상무기(WMD) 전용을 증명하는 자료를 운운한 것 자체가 정부의 '자충수'였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당 서기실과 39호실 등 한정된 곳으로 집중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탈북자, 북한경제 전문가들을 통해 알려지고 설명돼 왔다. 정부가 북한에서 외화를 운용하는 주체, 혹은 북한 경제의 구조적 상황만 잘 설명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한숨 섞인 지적이었다.

이 전문가는 기자에게 "북한에서 영수증 발행하면서 달러를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그게 증거가 있겠나"라면서 "청와대나 통일부는 북한경제 전문가들과 북한에서 외화를 운용하다 들어온 고위급 탈북자들도 있는데 이 사람을 활용해서 잘 설명해야지 지금 왜 증거공방으로 가도록 두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개성공단 임금의 대량살상무기 전용 증거 논란의 시작은 지난 12일 홍용표 장관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지원대책 브리핑에서부터였다. 당시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 전용 근거'를 묻는 질문에 "관련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공개할 수 없는 자료다. 공개여부는 검토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4일 KBS 일요진단에서도 "개성공단 임금 및 기타 비용은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여타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언론은 '정부, 개성공단 임금이 WMD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증거 확보' 기조로 기사를 쏟아냈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15일 홍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WMD 전용 근거'에 대해 "확증은 없고 우려만 있다. 확증이 있다고 한 적이 없다",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WMD 전용 증거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 번복', '허위 사실 발표' 등으로 논란이 증폭됐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개성공단 자금이 WMD에 전용된다는 우려가 있다', '미 달러 현금이 북한당국에 전달되고 있고 여타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정도의 미온적인 설명만 해왔다.

정부가 국민들을 모두 북한 전문가인줄 아는건지, 누가 이런 짧은 문장만으로 개성공단의 달러뭉치가 WMD 개발에 전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정도 말했으니 국민들은 알아서 이해해달라"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통일부는 출입기자들에게조차 북한에서의 외화 흐름, 운용, 경제구조 등 개성공단 자금이 WMD에 전용된다는 정황적 증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려가 있다", "장관의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덧붙일 말이 없다"는 해명이 전부였다.

이미 해외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가운데 70~90%가량은 해당 지역의 책임관리 기관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알려진지 오래다. 해외 파견 근로자든, 개성공단 근로자든 이들이 직접 달러를 손에 쥐는 경우는 없다. 더욱이 북한에서 외화의 운용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도 다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들의 임금조차도 손쉽게 착취당하는 구조인데, 자신들의 영토인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갈취는 얼마나 쉬울까. 정부가 말로 꺼내 놓은 'WMD 전용 관련자료',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