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는 TK 공천면접에 엄습하는 '대대적 물갈이'

장수연 기자

입력 2016.02.26 21:50  수정 2016.02.26 21:58

'진박 대 비박' 경선룰 입장차 "따를 것" vs "따를 수밖에"

이한구 "국민 분노 대상 19대 국회 그대로 공천할 수 없어"

새누리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하는 가운데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예비후보가 대구 동구을 지역 공천 면접을 앞두고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열린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의 4.13 총선 TK(대구·경북) 지역 공천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에서는 공천 전쟁의 최대 뇌관인 '진박 대 비박' 전선이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계파 승자를 판가름할 지역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TK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해서인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더욱 치열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유승민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만남이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진박'(진실한 박근혜계)임을 자처하는 이 전 구청장이었다. 그는 10시 20분께 면접자 대기실에 입장해 기자들에게 연신 웃으며 "고생합니다"라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지만 약 15분 뒤 도착한 유 의원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금새 관심은 유 의원으로 향하고 말았다.

유 의원은 회색 바탕에 남색 줄무늬가 있는 무채색의 넥타이를 매고 면접 대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맨 이 전 구청장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옷 차림이었다. 유 의원과 이 전 구청장은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면접을 기다리는 동안은 서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유 의원은 대기석에 앉아 면접 준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평소 생각대로 하면 되지" "긴장할 필요가 뭐가 있나" "뭐 그리 궁금한 게 많냐"고 대답하며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바로 옆에 앉은 이 전 구청장은 초조함을 숨길 수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유 의원이 시선이 향하는 곳에 자연스레 이 전 구청장의 시선도 따라갔다.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시작된 대구 동구을 지역구 면접은 통상 15~20분 정도 진행됐던 이전의 면접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40분간 이뤄졌다. 면접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으며 각 후보들에 대한 맞춤형 질문과 답변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회선 의원 등 공관위원들은 유 의원에게 2014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질문했다.

면접을 마친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로 원내대표 할 때 대표 연설이나 그런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며 "제가 했던 대표 연설은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된 것이 전혀 없다고 거듭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공관위원장은 당론과 배치된 주장을 해 온 인사들을 '공천 부적격자' 부류 중 하나로 강조해온 바 있다.

또 'TK 지역 6명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고, 진박 논란이나 계파 논쟁에 관한 질문도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이 전 구청장은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구청장은 "나는 박근혜 대표에게 공천을 받았었다"며 진박 후보임을 강조했으며, 대구 지역 내 '진박 마케팅 실패 논란'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께서 대구에 대한 사랑은 각별한데 그것이 지역 발전의 성과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진입하는 우리 초선의원들이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을 한 것"이라고 재차 현역인 유 의원을 겨냥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진박 대 비박 대결로 4·13총선 최대 관심지로 떠오른 대구·경북지역 공천신청자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과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등이 예비후보들의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이밖에도 이날 TK 지역 공천 면접에서는 현역 의원과 이른바 진박계 인사 사이의 첨예한 입장차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놓고 김희국·류성걸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은 당론으로 결정된 3대7 반영을 주장한 반면 곽상도·이재만·추경호 후보 등 원외 인사들은 100%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심사위원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당원명부에 유령당원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당원 경선의 불공정성을 역설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선 방식에 대해 "15~20% 정도 당원명부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선방식으로는 100% 여론조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전 구청장도 유령당원 존재를 이유로 100% 경선을 주장했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3대7 이라는) 당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마뜩잖은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현역 의원 물갈이'를 두고도 현역 의원과 진박 예비후보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김희국 의원은 "미리 예단해놓고 심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선룰이 공정하다면 유권자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계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 전 장관도 "선거구 획정도 지금까지 안 되는 위헌적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상황으로 19대 국회가 자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물갈이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이 공관위원장이 현역 물갈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구만 해도 (현역 의원이) 12명인데, 6명밖에 안 날아가겠느냐"고 반문한 것에 대해서 현역 의원들은 일제히 "구체적으로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공관위원장은 이날 "19대 국회가 국민의 분노 대상이기 때문에 분노 대상이 되는 사람을 그대로 공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물갈이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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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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