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에 오를 때 본능적으로 변하는 파이터들이 있다. 그들은 케이지를 밟는 순간 눈빛이 달라진다. 케이지를 자신의 방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전쟁터로 생각하기도 한다. 케이지는 파이터들의 바꾸는 신비한 장소다.
이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케이지는 반전을 만들어주는 미지의 세계 같다. 얼핏 보기에 격투기와 전혀 상관없는 여고생 같고, 해맑게 웃는 미소의 이예지(17)도 케이지만 들어가면 달라진다. 겉모습만 보면 이예지의 인생 사전에 ‘격투기’가 없어보지만, 케이지에서의 이예지는 싸움닭이 된다. 밴디지를 감고, 글러브를 끼우고, 케이지에 오르는 순간부터 달라진다. 순수한 웃음은 사라지고, 상대를 잡아먹을 것 같은 강력한 눈빛만이 얼굴에 남는다.
이예지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당시 이예지는 ‘일본 격투기의 여왕’ 시나시 사토코(39)를 상대로 분전했지만 아쉽게 패했다. 특히 박지혜의 대체선수로 뛰어든 터라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 내용이 훌륭했다는 평가다.
경기 후 이예지는 또 달라졌다. 자신의 경기에 대해 “아쉽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분명한 파이터지만, 케이지 아래에서의 말투는 귀여운 여고생이다. 강렬한 눈빛도 어여쁜 고등학생의 순진한 눈빛으로 변한다. 케이지에서의 무서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사라진다.
한편, 이예지는 12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29 시모마키세 나츠키(일본)과 경기서 1라운드 3분 49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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