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잭슨의 성공, 외국인 선수 판도 바꾸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31 11:22  수정 2016.03.31 11:23

에밋과 잭슨, 각각 소속팀 정규리그와 챔프전 우승에 기여

자극 받은 국내 농구계에 테크니션 돌풍 이어질지 관심

단신 외국인 선수로 빅맨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안드레 에밋과 조 잭슨. ⓒ KBL

올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의 최대 화두는 바로 단신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이었다.

KCC 안드레 에밋(34·191㎝)과 오리온 조 잭슨(24·180㎝)이 펼친 화끈한 쇼다운은 실제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동안 KBL에서는 강력한 외국인 빅맨이 우승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초창기의 조니 맥도웰에서부터 아티머스 맥클레리, 마커스 힉스, 크리스 다니엘스,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등에 이르기까지 역대 KBL에 우승을 거머쥔 팀들에게는 예외 없이 강력한 빅맨이 있었다.

결국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이고 골밑을 지배하는 팀이 가장 유리하다는 속설은 빅맨들을 통해 어김없이 증명됐다.

이는 다시 말하면 ‘단신 외국인 선수로는 팀을 우승시킬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 KBL 초창기만 해도 칼레이 해리스, 버나드 블런트. 제럴드 워커 등 기술과 득점력을 겸비한 가드형 외인들이 많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2003년 플레이오프 당시 원주 TG의 우승을 이끈 3점 슈터 데이비드 잭슨 정도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올해 KBL이 외국인 선수제를 개편하며 장단신제도의 재도입을 강행했을 때만해도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과연 성적에 민감한 각 구단들이 효율성이 떨어지고 위험부담이 큰 테크니션형 단신 선수들을 얼마나 중용할지 의문부호가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구단들은 가드나 슈터형 단신 외국인 선수들을 기용하다가 실패한 이후 맥도웰 유형의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커스버트 빅터(191cm)를 중용한 모비스와 웬델 맥키네스(192cm)를 대체선수로 선발한 동부 등이 대표적이었다.

결국 언더사이즈 빅맨이 아닌 외곽 플레이어이자 순수한 테크니션 유형의 선수로 끝까지 남은 것은 에밋과 잭슨 정도였다. 두 선수 모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때 지명돼 온전히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함께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선택은 팀 성적 면에서도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에밋은 단신 선수로는 유일한 1라운드 지명자답게 KCC에 1999-00시즌 이후 16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선사하며 진가를 입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잭슨의 활약이 더 빛났다. 잭슨은 오리온을 2001-02시즌 이후 14년만에 V2로 이끌었다. 챔프전 MVP는 팀 동료 이승현에게 내줬지만 시리즈 내내 승부처를 지배한 잭슨의 활약은 MVP급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에밋과 잭슨의 성공은 단신 외국인 선수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반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KBL 역사상 외국인 빅맨들의 지배력이 가장 저조했던 시리즈로 기억될 전망이다.

에밋과 잭슨의 활약에 자극받은 국내 농구계에 테크니션 돌풍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농구의 구조적인 현실상 아직 테크니션 외국인 선수들이 대세화는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에밋과 잭슨은 말 그대로 특출난 경우였고, 이 정도 수준의 단신 선수들을 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또한 KCC와 오리온이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각각 하승진과 이승현처럼 외국인 선수들을 막을 수 있는 걸출한 토종 빅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구단들은 상당 부분 외국인 빅맨들에게 골밑을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설사 단신 테크니션을 쓰고 싶어도 활용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술적인 뒷받침이 되지못하면 오히려 계륵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잭슨도 시즌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밋과 잭슨의 성공에도 아직 많은 구단들이 쉽게 언더사이즈 빅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과연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제 2의 에밋과 잭슨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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