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중·일 '약진' 속 한국 '주춤'
AESC·BYD 점유율 급증…파나소닉은 테슬라 효과 기대감
삼성·LG·SK, 기술 경쟁력에도 힘겨운 수주 경쟁 예고
올 들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주춤한 모습이다.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앞다퉈 늘리면서 앞선 기술경쟁력에도 수주 경쟁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올 1·2월 업체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을 집계한 결과, 일본 AESC는 총 299.1MWh를 출하해 13.5%의 시장점유율로 2위로 도약했다.
올 초부터 출하량이 증가한 것은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의 판매호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체 시장 점유율 8.6%에서 약 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수치 변화다.
중국 BYD도 자국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총 293.3MWh를 출하하며 점유율을 전년도(9.8%) 대비 3.5%포인트 늘렸다. AESC에 2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중국 내수 물량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파나소닉은 총 672.6MWh로 점유율이 30.5%로 전년대비 6%포인트 하락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굳건히 1위를 유지했다. 올 들어 점유율 하락했지만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독점 공급업체라는 지위로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테슬라가 최근 보급형 전기차 모델로 선보인 ‘모델 3’가 일주일만에 예약건수가 32만5000만대를 돌파하면서 이로 인한 수혜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일본 PEVE도 점유율을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리며 두 자릿수 점유율로 올라서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아직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3개 업체가 전년과 동일한 5~7위를 유지한 가운데 점유율 변화도 크지 않았다.
이들 3사는 국내 현대기아차 외에 LG화학은 미국 GM 볼트, 삼성SDI는 독일 BMW,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기차 등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 물량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아직 초반 두 달간의 결과물여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발빠른 행보와 대비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각 하이브리드(HEV)와 순수전기차(EV) 내수 시장이 큰 일본과 중국과 달리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향후 경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높은 배터리 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수주 경쟁에서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국내 업체들이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수주 경쟁환경도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올해 중국과 일본의 틈 바구니 속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어느정도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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