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 권창훈, 고독하지만 미래는 밝다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수원의 2골 홀로 책임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신태용호의 희망으로 떠올라
수원의 ‘소년가장’에서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의 ‘두 집 에이스’로 진화하고 있는 권창훈(22)의 성장세가 무섭다.
권창훈은 1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됐음에도 팀의 2골을 홀로 책임지며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로써 수원은 제주 원정에서 7경기 무패(5승2무) 행진을 이어갔다.
3경기 연속골이다. 권창훈은 지난 2일 상주상무전과 6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연달아 골을 터뜨렸다. 최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고전하고 있는 수원에서 베테랑 염기훈과 함께 그나마 팀을 일으키는 ‘소년가장’이다.
특히 권창훈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임에도 과감한 문전침투와 정확한 위치선정, 그리고 정교한 킥을 바탕으로 ‘미들라이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전에서도 권창훈의 센스와 결정력은 돋보였다. 서정원 감독은 제주전을 앞두고 권창훈을 일부러 선발이 아닌 대기명단에 포함시켰다.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빡빡한 4월 일정을 보내고 있는 수원은 주축 선수의 체력 안배도 염두에 둬야했지만, 제주가 그동안 후반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감안해 권창훈을 아껴뒀다. 결과적으로 서 감독의 권창훈 ‘조커’ 투입은 신의 한수였다.
후반 7분 오장은 대신 권창훈이 투입되면서 답답하던 수원의 공격 흐름은 확 달라졌다. 수원의 분위기를 가져온 권창훈은 후반 28분 조동건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팀의 선제골을 터뜨렸다.
역전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다시 팀을 살려낸 것도 권창훈이었다. 후반 43분 날카로운 문전 침투에 이어 염기훈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값진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 덕분에 수원은 적지에서 값진 승점 1을 챙기며 벼랑 끝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A대표팀에서도 슈틸리케호의 주축 멤버로 자리 잡은 권창훈은 오는 8월에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본선출전을 앞두고 있다. 4년 전 런던 대표팀에 비하면 선수단의 이름값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태용호지만, 에이스 권창훈의 물오른 기량만큼은 런던 시절 멤버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권창훈은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한 또래 세대의 유럽파 선수들에 비하면 오히려 늦게 주목을 받은 케이스다. 하지만 권창훈은 국내파라해도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꾸준히 출전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유망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증명하고 있는 케이스다.
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권창훈의 모습에 수원도 대표팀도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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