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줄줄이 인상 "욕먹으며 올린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욕 안할 사람이 없죠. 언론부터 금융당국, 정치권까지... 그래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죠.”(A손보사 관계자)
“지금처럼 손해율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을 계속판매하면 ‘덤핑경쟁’한다고 비판할 것 아닙니까.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인상하는 것입니다.”(B손보사 관계자)
손해보험사들이 일제히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20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 자동차보험을 파는 10개 손보사가 모두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이날 “다음주쯤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9%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한화손보, 롯데손보, MG손보, 흥국화재 등도 보험료 인상에 들어갔고, 올해 들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보도 줄줄이 보험료 인상을 결정했다.
삼성-동부화재 인상 '손보사 체력' 한계 달했다는 방증
특히 업계에선 삼성화재와 동부화재가 6년만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결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 1,2위 보험사가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 보험료에 손을 댄 것은 그만큼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손익분기점인을 넘긴지 오래”라며 “자동차보험료 인상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보험은 2000년대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 적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지만 보험사들의 평균 손해율은 지난 2013년 86.8%, 2014년 88.3%에 이어 지난해에도 88.0%를 기록했다. 적정 손해율에서 10%포인트 이상 상회하다보니 ‘차보험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형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여론까지 나빠지고 있다”며 “욕을 먹어가면서도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손해율 악화로 적자가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허리띠 졸라맬 생각 않고 소비자에 전가"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여론악화에 ‘칼’을 빼들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료 자율화’ 정책을 통해 보험료 인상의 문을 열어준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산정방법을 점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위 핵심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의 불필요한 사업비 부분을 절감해서 보험료를 인하하라는 지적을 해왔는데, 오히려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합리적인 보험료가 나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지적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험사가 관리비 항목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서 인상하겠다는 것은 허리띠 졸라맬 생각은 않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격”이라며 “무엇보다 수입차와 국산차 형평성 부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대형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4.13총선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상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경우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대응 수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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