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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홍길동' 전에 없던 스타일, 낯설지만 반갑다


입력 2016.05.02 09:25 수정 2016.05.02 09:26        이한철 기자

유쾌하게 비튼 홍길동 이야기…설정·배경·CG 신선

독특함이 주는 색다른 재미, 결정적 한방은 약해

영화 '탐정 홍길동'은 기존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연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고전 속 인물 홍길동에 대한 고정관념은 깨고,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스타일을 입혔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래서 반가운 한국형 히어로의 탄생이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속 홍길동은 착하지 않다. 착하기는커녕 잔인하고 무자비하기가 악당보다 더하다. 하지만 정의롭지만 무능력한 히어로보다 우리의 고통을 덜어줄 잔혹한 히어로가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의 총구가 악당을 향해 있다면 말이다.

사건 해결 99%를 자랑하는 홍길동이지만 무려 20년간 찾지 못한 단 한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그를 찾아낸 순간, 그는 간발의 차로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라지고 그의 집엔 두 손녀, 동이와 말순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홍길동은 느닷없이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할아버지 김병덕을 찾아달라는 두 자매를 데리고 김병덕의 실마리를 쫓던 중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려는 거대한 비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tvN 드라마의 흥행 주역 이제훈과 김성균의 연기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 CJ엔터테인먼트

'탐정 홍길동'은 기존 한국 영화의 틀을 완전히 깨부순다. 배경, 설정, 캐릭터 뭐 하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는 것이 없다. 심지어 일부 장면에선 이것이 만화인지 실사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독특한 질감과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적당한 속도의 전개, 적당한 반전, 절제된 액션이 시종일관 쫄깃쫄깃하다. 확 뒤집어놓을 만한 결정적 한 방이 없어 아쉽지만, 이만 하면 괜찮은 어른용 히어로 영화라 칭찬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기존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효과들을 과감히 시도한 점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원동력이 됐다. 특히 자동차를 몰고 가는 장면의 배경, 차량 등을 모두 CG로 재구성해 시각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할리우드 영화 ‘신 씨티’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이국적인 영상미에 한국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담은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드라마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 박해영으로 분해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제훈이 주인공 홍길동으로 변신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 예리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이미지, 진중한 태도는 대체할 만한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홍길동 그 자체를 보여준다.

다만 '시그널' 속 박해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연기 스타일은 아쉽다. 내레이션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시그널'과 유사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다.

김성균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잠시 잊었던 섬뜩한 악역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CJ엔터테인먼트

'응답하라' 시리즈로 코믹하고 순수한 동네 아저씨로 변신했던 김성균은 모처럼 맞춤옷을 입고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 '탐정 홍길동'은 김성균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웃사람' 등을 통해 보여준 섬뜩한 연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얼음 같이 차가운 시선과 절도 있는 액션은 앞선 악역과도 차별화된다. 관객들은 다시 한 번 김성균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껌딱지 자매 동이와 말숙으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 노정의와 김하나다. 특히 귀염둥이 말숙은 최근 들어 가장 인상적인 신스틸러로 꼽힐 만하다. 불쑥불쑥 홍길동을 당황케 하는 말숙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2012년 7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늑대소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다. 곳곳에 속편을 예감케 하는 요소들이 많아 여운을 남긴다. 조성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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