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합작 스타의 출연, 한류(韓流)인가 한류(漢流)인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6.05.10 05:58  수정 2016.05.10 06:05

<김헌식의 문화 꼬기>한중 합작의 그늘, 미래적 관점 필요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 에 출연한 송지효와 진백림. 동영상 화면 캡처.

예능 ‘우리 결혼 했어요’는 한국판과 중국판이 같이 제작되고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한국과 중국인 연예인들이 짝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해서 중화권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예능 포맷을 중국이 구매하고 중국인 스타들까지 출연시키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는 거꾸로 중국 스타들의 한국 진출이다. 중국 스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한국인들이 애써 볼 이유는 없었다. 한국 방송에 그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지켜본다. 이른바 ‘계기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은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서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직접 중국에 진출하기 보다는 리메이크나 합작의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인들만 온전히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화권의 연기자들이나 아이돌도 같이 출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전하는 언론매체의 소식도 국내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개 중화권 연예인들을 한국사람도 익숙하게 접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그것이 리메이크나 합작을 중국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스타들이 진출한 것으로 보여 한류 현상 혹은 신드롬으로 평가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화전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한국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포맷이나 연출자, 스타들을 영입해가는 것이며 종국의 목표는 자신들의 콘텐츠 파워를 키우는데 있다. 지금은 한국 배우나 중화권 스타가 구분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분이 안될 가능성이 많다. 한국은 하나의 단일한 시스템이 강할 수 있지만 중국은 수십 개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방송제작 시스템이 존재한다. 더구나 문화콘텐츠 자본은 갈수록 그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한류 현상에 빠져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즉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언제든 이른바 한류(韓流)가 아니라 한류(漢流)가 불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중화권 전체에 비하면 그 시장 규모가 작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전적으로 공략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적더라도 ‘漢流’가 부는 것은 콘텐츠 토대 유지 차원에서 그렇게 반갑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돌파하는 것은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문화적 포용성과 맞물리는 자본의 규모를 갖고 있는 지 의문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생각해야 하는 것은 콘텐츠는 비단 콘텐츠로만 평가되고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경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중국은 한 단계 낮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경제력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중국이 규모의 경제에서 질적 도약을 이루는 경제 성장의 내실화를 이룰 때 문화 콘텐츠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이 그나마 중국에 비해 우위에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그들보다 조금 질이 높은 상품군(예컨대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품군이 붕괴되면, 언제든지 전체 브랜드도 가치를 훼손당하는 법이다. 얼마든지 그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

중화권 스타들이 한국에서 자주 보이게 된 환경은 글로벌 다문화시대의 당연한 증상같다. 사실 몇년 전부터 안방극장에서는 다문화 코드의 프로가 많아졌다. 글로벌 시대의 당연한 징후라고 한다. 주로 예능인 스타로 발돋음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하지만 그들은 연예인들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주목보다는 단속적인 차원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중화권은 다를 수 있다. 그들은 지속적인 투자와 매니지먼트로 육성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안방극장에서 중화권 연예인들이 등장하거나 영화권에서 중화권 대중 스타들이 등장하는 것은 먼 훗날 漢流의 시작이었다고 평가될 지도 모른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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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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