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부진’ 무엇이 박태환 지치게 했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8.07 07:29  수정 2016.08.08 04:20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서 전체 10위로 탈락

도핑 징계 이후 몸과 마음, 전체적으로 지쳐

예선탈락의 충격적 성적표를 받은 박태환. ⓒ 데일리안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명예 회복을 바랐던 박태환의 꿈이 물거품되고 말았다.

박태환은 7일(이하 한국시각)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3에 터치패드를 찍어 전체 선수 중 10위에 그쳤다.

이로써 박태환은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이 종목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도 날아가고 말았다. 앞서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박태환이 주 종목인 400m에서 결선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것은 많은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박태환은 이후 자유형 100m과 200m, 1500m에도 출전한다. 하지만 현재 기량으로 봤을 때 메달획득은커녕 400m와 마찬가지로 예선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레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태환은 출발 반응 속도에서 0.64초를 기록, 8명 중 가장 빨랐다. 그리고 첫 50m 구간도 26초13으로 가장 먼저 찍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박태환은 100m 구간을 돌 때 갑자기 5위로 처졌다. 그래도 막판 스퍼트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박태환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중국의 쑨양과 간격을 유지하며 다시 3~4위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대했던 마지막 스퍼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250∼300m 구간을 29초02에 통과하며 확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힘에 부친 듯 4위에 골인하고 말았다.

대개 예선에서는 힘을 비축하느라 다소 여유 있게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3분44초26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을 내고 말았다.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의 이유는 하나다. 바로 훈련 부족 때문이다.

박태환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마지막 조 경기 결과를 확인한 뒤 탈락이 확정되자 “떨어졌네요. 어찌해야하지”라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탈락의 이유에 대해서는 “예선부터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고”라며 “하지만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을 뛰고 오랜 기간 큰 경기를 못 뛴 것이 아무래도 긴장이 됐던 것 같다. 어렵게 기회를 얻었는데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훈련 부족의 원인은 역시나 도핑테스트 파문과 궤를 함께 한다.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는 박태환 개인에게 엄청난 손실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징계기간 훈련에 매진할 수 없게 된 박태환이었다. 여기에 재판, 팬들의 비난, 그리고 국가대표 재자격과 관련된 갈등 등으로 마음고생도 심했다. 스승인 노민상 감독의 배려로 그가 지도하는 꿈나무 수영교실에 일반인 회원으로 등록해 2시간씩 물살을 갈랐지만 제대로 훈련이 될 리가 없었다.

자격 정지 징계에서 풀린 3월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상당했다. 곧바로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한 박태환은 지난 4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동아대회에 참가해 전 종목 1위를 휩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자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또 발목을 잡았다. 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경기단체로부터 징계 받은 선수는 징계가 해제된 날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스포츠중재재판소의 결정으로 극적인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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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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