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열정이 무리수로…이정효 기행, 언제까지 포용해야 할까? [기자수첩-스포츠]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5.05.12 07:03  수정 2025.05.12 07:03

어린이날 그라운드 난입해 소속팀 선수 오후성 밀치며 논란

‘K-무리뉴’로 불리며 평소 거침없는 언변으로 이슈몰이

한국축구 발전 위한 쓴소리, 환영받을 때도 있지만 도가 지나칠 때도 많아

소속팀 선수를 밀친 행동이 도마에 오른 이정효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한국 축구 환경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캐릭터다.


이 감독은 평소 거침없는 언변과 언행으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은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으며 상대와 얼굴을 붉힐 때도 종종 있다.


2023년 3월 서울에 패한 뒤 “저런 축구에 져서 분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지난해 5월에는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불성실한 답변으로 현장 미디어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필터링 없는 이정효 감독의 언행은 팬들의 환영을 받을 때도 있다. K리그에 또 다른 스토리를 양산하며 흥미를 줄 때도 있고, 때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한국 축구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 만이 할 수 있는 쓴소리를 속시원하게 내뱉을 때 팬들은 그를 유럽 축구의 명장 주제 무리뉴 감독에 빗대며 환호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에게 ‘K-무리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물론 이 감독의 직설적인 화법이 그간 팬 입장에서 포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성적을 낸 실력 있는 지도자라는 점도 있다.


알힐랄의 조르즈 제주스 감독이 이정효 감독을 향해 입을 조심하라는 듯한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감독은 2022시즌 광주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을 K리그2(2부) 우승으로 이끌더니 2023시즌에는 팀을 K리그1 3위에 올려놓으며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 획득이라는 고무적인 성과도 냈다.


특히 광주는 K리그를 대표해서 유일하게 8강 무대까지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는데 “투자하는 팀들이 올랐어야 한다”는 이정효 감독의 작심 발언은 K리그에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잊을만 하면 나오는 이정효 감독의 기행이 최근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강팀 알힐랄과의 ACLE 8강전을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이 감독은 “(알힐랄을) X바르거나, (알힐랄에) X발리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 최고 권위 축구 대회에 나선 감독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경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린이날에는 기행의 정점을 찍었다. 지난 5일 이 감독은 김천 상무와 홈경기서 전반을 마친 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제자 오후성을 향해 고함을 쳤다. 이내 그라운드 안으로 난입한 그는 오후성을 질책하더니 손으로 밀치기까지 했다.


광주FC 오후성.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를 놓고 축구 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름 아닌 어린이날에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에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이날은 수많은 어린이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수천 명의 관중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선수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 감독의 폭행 장면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기도 했다.


과도한 열정은 때로는 무리수로 작용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 축구에 없는 독특한 캐릭터로 이해하고 포용하며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기행이 반복된다면 등을 돌리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정효 감독 또한 지금보다 더 좋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잘 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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