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독도 방문, 애국심의 발로? 외교적 낭비!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국민들 독도 자유로이 왕래 굳이..."
호사카 유지 교수 "국민 감정 이용한 정치쇼로 비춰질수도"
'독도는 우리 땅' 모두 동의하지만 '광복절쇼' 비판도
제71회 광복절을 맞아 여야 의원 10명이 독도를 방문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한일 외교 전문가들은 이들의 방문 자체는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지만, 굳이 광복절에 단체로 몰려가는 모습은 오히려 분쟁을 조장하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회 독도방문단' 소속 여야 의원 10명은 오는 15일 헬기를 타고 독도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독도에 방문해 독도경비대 격려, 섬 시설 및 해양 생태 등을 점검한다. 독도방문단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단장으로 강효상·김성태·성일종·윤종필·이종명 의원(이상 새누리당), 김종민·황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장정숙 의원(국민의당)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이 예정대로 15일 독도에 발을 디디게 되면 지난 2013년 8월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항일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당 중앙여성위원회 당직자 30여명과 찾은 이후 3년만에 현직 국회의원이 공식으로 독도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이 도리어 일본이 독도 문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기 위해 국제분쟁지역화하는 것을 돕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몇몇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단체 방문은 거의 매년 시도됐으나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독도는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우리가 방문을 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현실 문제로서 어떻게 일본쪽에서 나올지를 계산하고 하는 행동인지는 따져봐야한다. 이것이 사실상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권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무엇때문에 가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한다"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방문단은 △독도 경비대 격려 △독도 시설 및 해양 생태 점검을 방문 이유로 꼽고 있다. 유지 교수는 "그게 전부라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예민한 8월15일에 가는가가 또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유지 교수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도 야스쿠니 신사를 봄·가을에 있는 정기 행사때 방문하는 것과 달리 8월15일에 간다면 큰 문제가 된다"며 "광복절의 상징성에 비추어봤을때 이날 방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감정을 이용한 하나의 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영토와 주권문제를 넘어 외교적으로 악수(惡手)라는 의견도 나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애국심의 발로라고 생각하지만 외교전략적으로는 낭비"라고 주장했다. 지금 독도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고, 매일 수백명의 한국인이 자유롭게 독도를 왕래하는 상황에서 굳이 정치인들이 광복절이라는 시기에 맞춰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일본에 안줘도 될 명분을 만들어주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진 소장은 "당장 8월16일 일본 신문에는 1면에 한동안 잠잠했던 독도 방문을 문제삼는 기사가 나올 것"이라면서 "일본이 독도로 시비를 걸어올 때 쓸 수 있는 유효한 카드를 굳이 독도 관련 이슈도 없을때 사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우리 영토인만큼 언제가든 무슨 상관이냐"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외교에 대한 무지"라고 평가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3당 의원이 전부 포함돼서 각 당이 함부로 말을 못하고 있지만 굳이 광복절에 정치인들이 약속하고 우르르 몰려가는 모양은 국민적 반일정서를 이용하려는 하나의 쇼로 밖에 안보인다"며 "이런 문제를 함부로 지적했다간 단번에 매장당하는 것을 이용한 나쁜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는 몰라서 안하느냐"고도 말했다.
한편 일본은 국회의원 방문단의 독도 방문이 보도된 뒤 외무성과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항의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반응에 방문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우리 영토에 가는데 일본의 이런 항의는 어이가 없다"면서 "예정대로 독도를 방문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방문단 성일종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고 항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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