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한진해운에 '담보제공' 대신 '직접지원' 배경은?

박영국 기자

입력 2016.09.06 12:20  수정 2016.09.06 14:13

담보 제공했다 떼이느니 직접지원이 유리

조양호 회장, 현정은 회장보다 많은 사재출연으로 '명분' 확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 담보와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으로 총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은 미국 롱비치항 한진해운 터미널 전경.ⓒ한진해운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 물류대란 해결책을 놓고 정부와 대주주인 한진그룹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당정이 6일 한진그룹 담보제공을 전제로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자금 지원이라는 대책을 내놓자, 한진그룹이 1000억원 ‘자체조달’로 맞받아쳤다.

한진그룹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고,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총 1000억원을 그룹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당정이 요구한)담보제공 대신 1000억원을 자체 조달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당정의 담보제공 압박에 한진그룹이 담보제공보다 진일보한 ‘직접지원’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방식이 한진그룹에 손해가 덜하다.

한진그룹이 자체 계열사의 담보를 제공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보다 한진해운의 자산을 담보로 한진그룹이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게 향후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더라도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법정관리 회사다. 회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청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런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떼일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동안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이나 (주)한진 등 계열사가 회수 못할 우려가 큰 것을 알면서도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것은 회사 자체에 피해를 주는 사안인 만큼 사외이사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 배임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당정에서 요구한 담보 제공은 리스크가 더 크다. 대한항공이나 (주)한진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대출을 해줬다가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담보로 잡힌 자산을 날릴 우려가 크다.

차라리 한진해운의 자산을 담보로 한진그룹이 직접 자금을 지원할 경우 돈은 떼일지언정 담보는 건질 수 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에 남은 거의 유일한 알짜 자산이다. 이미 한진그룹은 (주)한진을 통해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평택컨테이너터미널, 부산 한진해운신항만, 베트남 터미널과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조양호 회장 역시 사재 출연으로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조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놓였을 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내놓은 300억원보다는 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조 회장은 이번에 사재 400억원을 내놓으면서 한진해운 사태 책임론에 대해 할 말이 생겼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한진그룹이 무작정 버틸 수는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원방안은 상당히 영리한 결과물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지원방안으로 담보제공 등 추가적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한진그룹으로서는 최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정이 내놓은 1000억원+α나, 한진그룹이 밝힌 1000억원 지원이나 한진해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각국 항만에 연체된 한진해운의 항만이용료와 하역료, 연료비 등은 6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경우 당장 멈춰섰던 배들이 운영은 가능하겠지만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여러 가지 변수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소요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 추산이 안된다”면서 “일단 자금이 들어온 뒤에야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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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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