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일주일만에 선두 복귀 '잠든 보수' 깨어나나
<데일리안-알앤써치 '국민들은 지금' 정기 여론조사>
의장 개회사 파동과 여당 보이콧 등 '힘의 균형' 붕괴 우려
'잠자던' 보수가 깨어났다. 여야의 간판급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세론의 중심에 선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18.0%를 기록, 동일 조사 4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국회의장 개회사 파동과 여당의 국회 보이콧 등으로 총선 이후 보수층이 최초로 결집하면서 반 총장은 23.1%로 선두를 탈환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83% · 유선 17% 방식으로 실시한 9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22.2%) 대비 4.2%p 하락했다. 반대로 반 총장의 지지율은 전주(19.8%)보다 3.3%p 상승해 일주일 만에 상위권의 1·2위가 뒤바뀌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전주와 동일한 11.1%를 기록해 3위에 그쳤으며,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각각 12.0%p, 6.9%p로 벌어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조사 당시 최저치(5.7%)였던 지지율을 일주일 뒤 10.0%까지 복구, 3주 째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상위권 세 사람 외에 중위권 주자 중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5.2%)만이 5%대를 힘겹게 넘었다.
하위권에선 김 전 대표를 제외한 타 주자들 간 치열한 접전이 한창이다. 다만 모두 5% 아래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4.7%)이 안희정 충남지사(4.1%)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그룹 내 선두에 올랐다. 지난 6일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재명 성남시장(3.6%)의 선전도 두드러졌는데, 안 지사를 오차범위 내 추격하는 동시에 박원순 시장(3.5%)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지난 주 여야 간 극심한 대립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일 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은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했다. 특히 그간 내부 갈등을 겪었던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야 투쟁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의총에서 "이럴 때 분열하면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라며 계파를 초월한 결집을 도모했다고도 한다.
아울러 안 지사와 이 시장, 김부겸 의원 등 야권 ‘뉴 페이스’들이 속속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유권자의 청량감과 기대감이 높아진 것 역시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소폭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야권 주자가 다양해질수록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박 시장 등 상대적으로 오래된 주자들의 진부한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 전 대표는 타 주자들과 달리 ‘고정 지지층’을 보유한 만큼, 향후 하락 폭은 미미할 거란 전망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총선 이후 보수가 최초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여준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 발언의 시시비비를 떠나, 결과만 놓고 볼 때 보수층으로 하여금 ‘힘의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결집의 동력이 됐다. 여야의 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원만한 국정운영 자체가 안 될 거라는 위기감이 친박·비박 화력을 모으게 하고 잠자던 보수들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정부여당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야당이 그런 식으로 힘을 과시한 데 대한 보수층의 반발이 상당했다”며 “반기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대로 밀리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위기가 작동했고, 그간 무관심했던 보수층들도 결집하면서 반 총장과 박 대통령, 새누리당 지지율도 모두 올랐다. 보수의 저력을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주 3당 대표들이 교섭단체 연설을 마쳤고, 다음 주 조사에선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기 때문에 지지율을 지켜봐야 한다.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야권 후발주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박원순 시장이다. 존재감이 더욱 없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은 올드한 느낌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문 전 대표의 경우엔 야권의 ‘커먼센스’, 이른바 전략적 판단이 발휘되고 확고한 지지층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수혜자다. 나머지 두 사람처럼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9월 4일부터 6일까지 이틀 간 전국 성인 남녀 1091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3.2%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7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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