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전자 유럽 TV시장 핵심 기지...헝가리 생산법인을 가다

야스페니사루(헝가리)=이홍석 기자

입력 2016.09.07 11:59  수정 2016.09.07 15:50

1989년 설립 후 27년간 운영되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아

연 700만대 생산...공정 개선과 자동화 설비로 생산 혁신도

5일(현지시간)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헝가리생산법인에서 한 근로자가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벗어나 평화롭게 펼쳐진 평원을 따라 약 1시간여를 차로 달리자 ‘삼성전자‘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판을 따라 가자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대규모 공장 단지가 나타났다.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인구 5600여명의 작은 도시 야스페니사루(Jászfényszaru)시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이었다.

헝가리 생산법인은 지난 1989년 설립된 삼성전자의 유럽TV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생산 전초기지다. 이후 지난 2002년 슬로바키아 갈란타(Galanta)시에 신규 생산법인이 설립되면서 투톱 체제가 구축, 현재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TV 전량을 책임지고 있다.

헝가리 생산법인은 중소형 및 초고화질(UHD) TV와 함께 프랑스 가구디자이너 부훌렉 형제와의 협업을 통해 소량 주문 제작 체제로 이뤄지는 세리프TV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복합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슬로바키아 생산법인에서는 퀀텀닷 수퍼초고화질(SUHD) TV와 스마트사이니지,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 대형 TV와 기업간거래(B2B)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 법인은 총 23만6000제곱미터의 부지에 3개동으로 구성된 건물은 7만8000제곱미터 규모다. 현재 28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0개의 완제품 생산라인에서 40종의 TV모델이 만들어진다. 일 최대 4만대의 제품이 생산가능하고 연간 700만대 가량 생산되고 있다.

안윤순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장(상무)은 “삼성전자는 헝가리의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고 ”지난 27년간 법인‘을 운영하면서 헝가리 대표 TV 브랜드가 됐고 고용 창출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스페니사루시 인구 절반 가량이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데 협력사들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마을 주민 전부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이 대를 이어 공장에 근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헝가리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2억5000만달러로 MOL, 아우디, GE, MVM,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기업 순위로 6위였다. MOL과 MVM이 헝가리 국영 에너지기업인 만큼 외국 기업으로는 4번째였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밖의 시골스러운 풍경과는 다른, 현대적인 시설로 이뤄져 있었다. 1989년 설립 당시 지어졌던 공장(V1)은 현재 자재 창고로 활용되고 이후 증축된 공장(V2·V3)에서 실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모듈과 LED 등 부품을 주로 다루는 V2 공장을 지나 완제품 조립 공정이 이뤄지는 V3 공장으로 들어서자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자들의 조립 작업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5일(현지시간)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헝가리생산법인에서 한 근로자가 생산된 TV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삼성전자
32인치 LCD TV '루브르' 생산 메인라인에서는 조립 전 공정에서 가조립돼 넘어온 LCD 패널에 모듈과 보드를 조립해 완제품 TV로 만드는 과정이 한 눈에 펼쳐졌다.

50m 가량의 메인라인에서 조립과 검사, 포장 과정을 차례로 밟는데 사람이 담당하는 조립 과정을 거쳐 자동화된 포장 공정을 거쳐 최종 공정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10개 생산라인은 32~43인치가 7개, 43~55인치 2개, 22인치와 모니터 1개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며 “세리프TV는 소량 주문 생산으로 이뤄져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다른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고 밝혔다.

헝가리 생산법인은 시장에서 주문한 TV가 즉시 생산되는 고객 밀착형 생산 체계가 강점이다. 소비자 니즈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TV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인 셀라인 방식으로 운영되어 전문화된 직원들이 완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끊임없는 공정 개선과 자동화를 통해 가장 선진화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조립라인에서 생산하는 TV 대수가 증가하면서 생산효율성이 향상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안 법인장은 “이곳에서 생산된 TV는 평균 3일이면 유럽 주요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며 “1600여개가 넘는 다양한 모델의 TV를 제조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장용 박스 공급, 나사 체결 등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을 발굴해 자체 개발한 자동화 설비를 적용하고 있다”며 “자동화 설비 적용 확대로 TV조립 라인에서 일평균 생산하는 TV 대수가 3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생산법인의 또 다른 강점은 우수한 인력과 고용 환경이다. 기초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풀이 상당히 좋은데다 성수기에 탄력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등 제품 수요에 따라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고 공장 측은 설명했다.

안 법인장은 “비 유럽연합(EU)국가에서도 인력을 자유럽게 쓸 수 있어 전체 고용 인력의 약 30% 가량이 아웃소싱 인력”이라며 “임금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유럽 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헝가리법인의 노력으로 헝가리 사람 10명 중 7명은 TV하면 삼성을 떠올릴 정도로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TV 부문에서 삼성의 브랜드 선호도는 51.1%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헝가리 평판 TV시장에서 44.2%의 점유율을 보였고 60형 이상의 대형 TV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65.3%였다.

안 법인장은 “올해 유로컵과 브라질 리우 올림픽 등의 영향으로 통상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판매가 늘면서 가장 실적이 좋은 미국 시장의 실적에 근접했다”며 “향후 생산 규모 확대에 대비해 제조공정 혁신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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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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