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잉글랜드 축구대표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웨인 루니(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루니는 22일(한국시각) 열린 노샘프턴 타운(3부리그)과의 풋볼리그컵에서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드러냈다. 루니는 주 포지션이었던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오랜만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약팀을 상대로 골감각과 자신감을 찾으라는 무리뉴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루니는 이번에도 기대와 달리 90분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팀은 3-1로 승리했지만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나타낸 루니에게는 연일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전까지 맨유는 맨체스터 더비(EPL)를 시작으로 페예노르트(유로파리그)-왓포드전(EPL)까지 3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NO.10’ 역할을 부여받은 루니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일각의 우려와 비판에도 루니를 꾸준히 신뢰했던 무리뉴 감독도 난처한 입장이 됐다.
사실 루니의 부진은 3~4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루니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임기 말년부터 조금씩 전성기의 활동량과 골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후 데이빗 모예스-루이 판 할 감독 체제를 거치며 루니는 반등과 부진을 반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슬럼프의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해리 케인-델레 알리-다니엘 스터리지-제이미 바디 등 쟁쟁한 후배들의 등장으로 입지가 모호해졌다.
루니가 실질적 에이스였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뤼드 판 니스텔루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로빈 판 페르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루니 곁에는 항상 당대 최고의 스타급 공격수들이 있었고, 루니는 주로 이들을 받쳐주는 2인자 혹은 화려한 조연이었다. 지난 시즌처럼 루니가 실질적인 팀의 1순위였던 시절의 맨유는 최고의 팀이 아니었다.
지나친 다재다능함이 루니에게 독이 됐다. 루니는 맨유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2선의 좌우 측면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심지어지는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경우도 있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루니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이는 루니가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 잡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루니에게 최적의 포지션이 어디인가 하는 화두는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해묵은 난제다. 공격수로 부진하면 미드필더로 기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미드필더로 부진하면 공격수로 기용하라는 비난이 나오기 일쑤다.
루니가 어느덧 30대를 넘기고 전성기의 운동능력과 활동량을 잃으면서 포지션 논란은 무의미해졌다. 이제 루니는 어느 포지션에 갖다놔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계륵으로 전락했다.
올 시즌의 맨유는 루니 의존도가 컸던 지난 시즌과는 또 상황이 달라졌다.
최전방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마커스 래쉬포드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2선 측면 자원으로 기용하려고 해도 앙토니 마샬, 후안 마타, 헨릭 음키타리안 등과 경쟁해야한다. 최근의 여론은 폴 포그바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니를 둘러싼 맨유 팬들의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벤치행도 모자라 은퇴까지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많은 이들은 루니가 더 이상 실력이 아니라 과거의 이름값에 기대어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판과 함께 “루니가 맨유와 함께 할 시간이 길 것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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