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이동걸, 한진해운 사태 놓고 대립각
서로 "할만큼 했다" 해명으로 책임 공방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이후 다시 만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 책임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조 회장과 이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서로 “할 만큼 했다”는 해명으로 책임공방을 이어갔다.
이동걸 회장은 이 날 “현대상선은 현대증권까지 내놓겠다는 결단을 내리며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반면, 한진해운은 외상채무만 6500억원을 진 상태였고 ‘내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과 함께 세 차례나 사전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한진해운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6500억원의 외상채무로 인해 물류대란은 이미 전제됐었다”며 “이를 우려해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한진해운 최고경영자(CEO)를 세 차례 만나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자고 제의했으나 한진해운 측에서 배임을 우려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양호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할 만큼 한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분명히 하며 산업은행 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당시 대한항공이 보유한 에쓰오일 주식을 매각하는 등 총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한진해운에 자회사가 없어 에쓰오일이 알짜 자산임에도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대책회의서 협조하지 않았다는 산업은행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직전 합당한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설득에 실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이동걸 회장을 만나 해외선사와 출혈경쟁에 한계를 느낀다고 설명하는 등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제가 부족해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양 측은 법정관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물류대란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논의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은 “물류대란에 대한 예상과 관련 논의가 있었고, 자율협약을 한 달간 연장했음에도 해결책이 전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향후 사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검토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조 회장은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에 가면 물류대란이 난다고 보고받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채권단을 설득한 것”이라며 “법정관리 직전 해수부와 금융위에도 물류난이 일어난다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조 회장은 법적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한진해운에 추가적인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정무위 측에서 법률적 문제가 해결될 경우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자 “(그 부분이 해결된다면) 조건에 따라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출혈 경쟁과 해운업을 모르는 경영진들로 인해 부실해졌고 인수 이후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며 “피해를 입은 선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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