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최대 수혜자는 르노삼성?
SM6, QM6 프리미엄 전략으로 폭스바겐 잠재고객 흡수
폭스바겐이 인증서류 위조 사태로 매달 3000대가량의 판매실적 감소(전년 동월대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대 수혜자는 경쟁 수입차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업체 르노삼성자동차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인증서류 위조에 따른 주요 모델 판매중단으로 발이 묶인 상황이 SM6와 QM6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혀 수입차 공략에 나선 르노삼성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9월 판매실적은 184대로, 지난해 같은 달 2901대에 비해 무려 93.7%나 감소했다. 대수로는 2717대가 줄었다.
폭스바겐은 판매중단 첫 달인 8월에도 전년 동월대비 3000대 이상 판매가 감소했었다.
폭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 역시 8월 476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대비 83.0%의 감소를 보인 데 이어, 9월에도 85.1% 줄어든 50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발이 묶이면서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의 판매가 늘었고, 순위에도 일부 변동이 생겼다.
렉서스는 9월 36.5% 증가한 1066대의 판매실적으로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고, 랜드로버도 431.7% 증가한 957대를 판매하며 4강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 줄곧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던 메르세데스-벤츠도 17.5% 증가한 5087대의 판매실적으로 톱 브랜드의 자리를 더욱 굳혔다.
하지만 이들 3개 브랜드의 판매 증가대수는 1800여대 수준으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 감소대수(5712대)와는 차이가 크다. 더구나 벤츠, 렉서스, 랜드로버는 하나같이 고급차 브랜드로, 가격이나 수요층 측면에서 폭스바겐보다는 아우디의 경쟁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 대중차 브랜드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상실한 월간 3000대 내외의 물량을 흡수했을 만한 의미 있는 판매 증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
9월 전체 수입차 판매실적(1만6778대)이 전년 동월대비 3603대 줄어든 것만 봐도 다른 수입차들이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공백을 온전히 메우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는 딜러 할인 등으로 완성차에 비해 가격에 대한 유연성이 크기 때문에 개소세 인하 중단 등의 요인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 감소폭(17.7%)이 완성차 판매 감소폭(13.2%)보다 크다는 것은 폭스바겐·아우디의 잠재 고객을 수입차 내에서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르노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중형 세단 SM6에 이어 지난달 중형 SUV QM6를 출시하며 기존 국산차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차종이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SM6의 경쟁차로는 폭스바겐 파사트를, QM6의 경쟁차로는 폭스바겐 티구안을 지목하며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이동하는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SM6와 QM6 모두 고급 편의·안전사양과 유럽 감성의 엔진·서스펜션 세팅으로 무장했다는 점도 수입차, 특히 유럽차 선호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SM6는 출시 이후 7개월간 누적 4만513대, 월평균 5787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중형 세단 시장의 새 강자로 올라섰고, QM6도 영업일수 기준 26일 만에 누적계약 1만대 돌파, 실판매일수 기준 7일 만에 2536대 판매를 기록하며 중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중형 SUV 시장에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 기존 국산차들이 큰 판매감소 없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르노삼성이 폭스바겐의 잠재고객을 일부 흡수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SM6와 QM6는 수입차 중에서도 일본차보다는 유럽차에 가까운 품질 감성을 갖고 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런 점을 잘 살린 것 같다”면서 “폭스바겐 판매중단이 이들 차종에게는 시기적으로 상당히 잘 맞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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