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강요 사이’ 이병규의 은퇴가 남긴 것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1.26 16:52  수정 2016.11.27 00:09
은퇴를 선언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 ⓒ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의 씁쓸한 은퇴 선언
현역 연장 의지 이병규에게는 아쉬운 결말


LG 트윈스의 레전드 ‘적토마’ 이병규(42)가 은퇴를 선언했다.

LG 구단은 25일 오전 이병규의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던 이병규는 일본 진출 시기를 제외하면 프로 경력 20년 중 무려 17시즌을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호타준족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그는 KBO 17시즌 통산 1741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311, 2043안타, 972타점, 161홈런, 992득점, 147도루의 족적을 남겼다. 개인 타이틀로는 타격왕 두 차례와 최다안타 타이틀 4회, 골든글러브도 외야수 부문 6회, 지명타자 1회를 수상했고, 2011년에는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다.

최전성기였던 1999년에는 잠실구장 홈팀 출신으로는 최초로 단일시즌 ‘30홈런-30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바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하며 한 차례 일본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국내로 복귀한 이후 2014시즌부터 서서히 노쇠화 조짐을 보이며 팀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올 시즌에는 LG가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선언하며 이병규는 전력에서 배제됐고, 1군 경기에는 시즌 최종전에서 고작 1경기 출장에 그쳤다.

더군다나 LG가 올해 2년 만에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이병규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구단은 시즌 종료 이후 이병규에게 명예로운 은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규는 고심 끝에 자신의 야구인생 대부분을 마친 LG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길을 택했다. 표면적으로는 LG 구단과 이병규 서로에게 모두 ‘윈윈’이다.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와 불편한 결별 대신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이병규는 영원한 LG맨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과정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이병규가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병규는 은퇴 발표 이후 잠실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아직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이 짙게 남아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병규는 올 시즌 2군에서 타율 0.401(147타수 59안타) 3홈런 29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LG는 이병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선수로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의 강제 은퇴 종용이었다.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는 강했지만 LG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던 이병규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LG는 과거 프랜차이즈 스타들과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로 결별한 경우가 많았다. 김재박-이상훈-김재현 등은 모두 LG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쫓겨나듯 떠나야했다.

그에 비하면 이병규는 끝까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 있게 돼 겉보기에는 명예를 지킨 것 같지만, 사실상 등 떠밀려 은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이병규에게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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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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