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판도라의 상자' 연 제4차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 메가톤급 폭로
최순실, 독일서 입국전 사전모의·은폐 시도 정황
'이대 비리' 변명 일관 총장에 질타
이석수 "미르·K 재단, 육영·일해 재단과 비슷"
1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선 메머드급 폭로를 터뜨리며 '판도라의 상자'를 연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이 주인공이었다.
조 전 사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을 다른 한 축인 청와대가 사찰했다는 내용과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시절 비서실장을 지내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정윤회 씨가 '부총리급' 공직자 임명과 관련 뇌물을 수수했다는 내용을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조 전 사장은 '현재 공개되지 않은 문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가지만 말해보라'는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의 주문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그 내용에 대해 "대단한 비위사실이 아니라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라며 "삼권분립,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으로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사찰이 대법원장 같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이루어졌다는 의혹도 추가로 폭로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주 저명한 작가도 등장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조 전 사장은 "그렇다"고 대답했고 박 의원이 "이외수씨죠?"라고 재차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조 전 사장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지난 2014년 겨울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주인공인 정윤회 씨가 '부총리급' 공직자의 인사를 수억 원 대의 뇌물수수를 받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자세한 설명 요구에 그는 "정확한 금액을 잘 모르고, 제가 알기로는 부총리급 공직자"라면서 "말하기 좀 곤란하다. 현직에 있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후 이어진 질의에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부총리급 현직 공직자는 정부에 3명이 있고 국회에 2명이 있다"며 "이 가운데 2013년 12월 이전부터 현직에 있던 사람은 딱 1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전 사장은 "기자라면 좀 더 팩트를 확인하고 그 분을 만나서 (사실관계를)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해임돼 모든 과정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추가 언급을 자제했다.
최순실, 독일서 입국전 사전모의·은폐 시도 정황도
청문회에서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귀국 전 검찰수사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수습을 위해 사전 모의·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총 5건의 녹취 음성을 전날에 이어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최 씨가 자신의 지인에게 "(정현식) 사무총장이 뭐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냐. 내가 SK를 들어가라고 했다고?"라고 상황을 묻고 "회장님이 지시를 했고, 최순실씨가 지시를 해서 박헌영 (전 K스포츠 재단) 과장이 기획서를 만들었다. 박 과장과 본인이 그 기업을 방문했고 안종범 수석이 '잘 됐냐'고 확인전화를 했다는 등을 다 얘기했다 벌써.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 씨는 걱정하며 "얘기를 좀 짜보고..."라며 증언 맞추기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대 비리' 변명 일관 총장에 질타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도 집중됐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시종일관 자신들이 정유라의 입학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변해 의원들의 질책을 자초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계속된 증인들의 부정에 "교육부 감사자료에는 정유라를 뽑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있는데 왜 부인하느냐"고 따져물었지만 증인들은 하나같이 "왜 그렇게 작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의 시작에서 영화 '타짜'의 한 장면으로 불법도박장을 경찰에 걸린 배우 김혜수 씨가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호통치는 장면을 틀었고 좌중은 폭소가 터졌다. 황 의원은 "이 장면으로 한때 이화여대가 굉장히 비난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이대 130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고 여러분은 진실을 이야기해서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도 증인들의 강변이 계속되자 질의 말미에 "이미 정유라는 입학이 취소됐는데 여러분은 여전히 잘못한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석수 "미르·K 재단, 육영·일해 재단과 비슷"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박 대통령이 (두 재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귀속 주체가 공무원이라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올해 4, 5월 두 재단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면서 첫 보고를 받고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첩보를 들었을 때 자발적으로 낸 것은 아닌 것 같고, 안 전 수석의 영달이나 노후를 위해 만든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게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이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10월 특별감찰관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직전에 자신의 사표가 수리되고 백방준 특별감찰관보도 출석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법제사법위 증언도 못하게 할뿐더러 혹시라도 그 이후에 미르재단에 대해 특감에서 무슨 조치를 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표를 내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자신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내용 유출과 의 보도에 대해서도 "조선일보 기자와 SNS를 하지 않았다. (MBC의 취득이) 적법한 절차에 의한 취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도·감청, 사찰로 봐도 되겠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상식적인 것 아니겠냐"면서 사실상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특위는 이날 오후 늦게 제출받은 조한규 세계일보 전 사장의 폭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당초 김성태 위원장은 '청와대 문건으로 보여지고 대외비가 찍혀있다'는 점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으나, 오후 늦게 "조한규 증인이 우리 국조에 제출한 문건은 우리 국민의 알 권리와 실체적 진실 위한 위원들의 노력으로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간사 간 협의됐다"며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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