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깔끔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존 테리는 후반 21분, 불필요한 파울을 범하며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테리는 피터보로의 역습 과정에서 리 앙골을 향해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 그러자 주심은 테리를 부른 뒤 경고가 아닌 퇴장을 명령했다. 태클이 아니었다면 골키퍼와의 1대1 찬스를 잡았을 것이란 판단에 의해서였다.
테리 입장에서는 땅을 칠만한 판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리는 이날 경기 포함, 올 시즌 8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첼시 중앙 수비수의 한 자리는 테리의 몫이었다. 하지만 9월 이후 부상으로 낙마했고, 이 사이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첼시에 쓰리백 시스템을 이식시켰다. 테리는 지난해 11월 7일 에버턴과의 홈경기서 교체 투입된 뒤 다시 부상이 재발했고, 벤치에서 팀의 연승 행진을 지켜봤다.
그의 불확실한 몸 상태와 더불어 쓰리백에 녹아들지 못하는 스타일에 기인해 테리가 앞으로도 출전 기회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쓰리백은 포백과 달리 측면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가 적을 수밖에 없어 중앙 수비수들에게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한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존 테리의 느린 발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첼시 클럽 최다 출장 기록 경신도 사실상 멀어지는 상황이다. 1998년 첼시 유스 출신으로 데뷔한 존 테리는 지금까지 첼시 유니폼을 입고 716경기에 출장했다. 이는 첼시 클럽 역사상 3위 기록으로 론 해리스(795경기), 피터 보네티(729경기)의 대기록을 잇는다.
특히 역대 2위 보네티와는 고작 13경기 차이지만, 올 시즌은 물론 차기 시즌에도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 테리의 첼시 잔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첼시는 2012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팀 운영을 전면 개편했는데, 특히 30대 이상 선수와의 장기 계약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이로 인해 테리를 비롯해 이바노비치 등 30줄을 넘긴 선수들은 매년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다.
존 테리는 지금까지 쌓은 업적만으로도 첼시의 레전드가 되기 충분하다. 그는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및 UEFA 유로파리그 1회, 프리미어리그 4회, FA컵 5회, 리그 컵 3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개인적으로도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 최고의 수비수로 호령했던 존 테리다. 테리는 두 차례 첼시 올해의 선수(2001년, 2006년), 2004-05시즌 PFA 올해의 선수, FIFA FIFPro 월드 베스트 11 5회, UEFA 올해의 팀 4회 선정 등의 굵직한 수상 기록을 지니고 있다. 아쉽지만 첼시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존 테리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첼시 클럽 최다 출장
1. 론 해리스(1961~1980) : 795경기(수비수) 2. 피터 보네티(1959~1979) : 729경기(골키퍼) 3. 존 테리(1998~현재) : 716경기(수비수) 4. 프랭크 램파드(2001~2014) : 648경기(미드필더) 5. 존 홀린스(1963~1984) : 592경기(수비수, 미드필더) 6. 페트르 체흐(2004~2015) : 486경기(골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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