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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대출 50조 육박, 보험사들만 '함포고복'


입력 2017.01.26 06:00 수정 2017.01.26 08:14        부광우 기자

1년 사이 2조원 증가…고객은 보험료에 이자까지 부담해야

가계부채 조이기 '풍선효과'…서민 한숨 뒤 회사는 '미소'

삼성생명 15조원 등 '생보 빅3' 비중 절반 넘어

ⓒ데일리안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약관 대출 총 잔액이 5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로 1금융권 문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다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며 고객은 '이중부담'을 짊어지는 사이 보험사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

정부의 가계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 되면서 제 2, 3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서민이 불어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싼 이자를 찾아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약관 대출을 찾는 사례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용도별 대출채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6개 생·손보사의 보험약관 대출금은 49조31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9200억원) 대비 4.4%(2조831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로 미뤄 보면 보험업계의 보험약관 대출은 지난해 말 무난히 50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생명이 소폭(0.9%·601억원)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보험사의 보험약관 대출 규모가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액수 기준으로 보면 역시 보험업계의 맏형인 삼성생명의 보험약관 대출이 14조8851억원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한화생명이 6조3837억원, 교보생명이 5조842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삼성화재(3조498억원) ▲NH농협생명(2조7079억원) ▲신한생명(2조358억원) ▲ING생명(1조9172억원) ▲현대해상(1조7671억원) ▲동부화재(1조7444억원) ▲KB손해보험(1조6549억원) 등이 보험약관 대출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보험약관 대출은 이름 그대로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가 내 주는 대출이다. 통상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지환급금의 80% 이내에서 약관 대출이 이뤄진다.

즉, 보험 가입자가 이 대출을 받으면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내고 이자까지 내야 하는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

그럼에도 보험약관 대출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소위 제 3금융권이라 불리는 대부업체 보다는 이자가 낮은 까닭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보험약관 대출 금리는 종류에 따라 4~9% 정도다.

생·손보협회에 공시된 보험계약 대출 자료에 따르면 금리확정형의 경우 이번달 기준 가장 이자율이 높은 곳은 9.24%를 기록한 삼성생명이었고, 낮은 곳은 4.06%인 NH농협생명이었다. 금리연동형은 같은 달 기준 AIA생명이 4.88%로 제일 높았고, 처브라이프가 3.92%로 낮았다.

결국 제 1금융권인 은행의 문턱을 넘기는 힘들지만,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벌리기는 꺼려지는 금융 소비자들이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하며 정부가 칼을 빼들자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서민이 낮은 신용도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찾으며 벌어지고 있는 풍선효과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물론 보험사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윤을 늘리는 모습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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