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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보수층 민심, 반기문에 '보수대통합' 중심축 기대


입력 2017.01.26 03:30 수정 2017.01.26 07:59        이충재 기자

반 전 총장, '반반행보' 유지…빅텐트, '확장성' 겨냥

보수진영, "'중도보수' 아닌 '진짜보수' 원한다" 압박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갈 곳을 잃은' 보수층 민심이 어느 정당과 어느 대권후보로 향할지 주목된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머물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지형으로 보면, 보수정당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양분됐고,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마땅한 후보도 떠오르지 않고 있다. 유력 후보가 즐비한 진보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에선 "이러다간 정권을 내주겠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바른정당 '반기문 기대효과' 품고도 보수 끌어안지 못해

우선 보수지지층이 예의주시하는 곳은 바른정당이다. 창당 일성으로 "범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정치적 움직임에 따라 대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 설 연휴를 전후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2차탈당 및 입당도 예고됐다. 여기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따른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보수의 희망으로 불리던 반 전 총장은 '보수만을 위한 후보'를 거부하고 있다. 양 진영을 오가는 이른바 '반반 행보'에 보수 지지층은 선뜻 반 전 총장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2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고뇌하고 있다"는 모호한 답변만 반복했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빅텐트'가 세워질 경우, 바른정당의 역할은 '보수 플랫폼'으로 한정된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우리가 새로운 보수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지만, 반기문 외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계를 자인했다. '반바(반기문+바른정당)연합'이 보수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1월 넷째주 정례조사에서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26.9%로 문 전 대표(22.6%)와 격차는 4.3%p에 불과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두 자릿수(15.0%) 지지를 보냈다. 보수성향이 강한 고령층과 T‧K민심이 무조건 반 전 총장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방증이다.

야권 '프레임 전략'에 바른정당 '고맙긴한데...'

반 전 총장이 보수진영에 착근하길 주저하는 동안에 야당은 그를 '보수틀' 안에 집어넣으려고 안간힘이다. '진보진영 킹메이커'를 자처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을 "보수 빅텐트"라고 깎아내렸다. 반 전 총장의 '확장성'을 경계한 발언이다. 이를 위해 그를 보수진영에 가두는 프레임 전략이다.

프레임 공세의 1차적 반사이익은 바른정당 몫이다. 당장 보수층 민심은 반 전 총장과 바른정당 간의 연대 가능성에 쏠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현재로선 대선후보가 없다시피한 불모지여서 바른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대의 충분조건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25일 "새누리당이 빨리 안 죽는 이유는 바른정당이 그 대체재로 굳건히 자리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못 참겠다 갈아보자'고 했는데 '막상 갈아보니 별 수 없다'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선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의 외연 확장"이라며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오면 오히려 보수를 가둬두는 효과가 있다. 반 전 총장이 밖에서 세를 늘리는 것이 보수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고 그래야만 대선에 이길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보수의 목소리 "우린 '중도보수' 아닌 '진짜보수' 원한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에선 반 전 총장이 '제3지대론' 보다 '보수대통합론'의 중심축이 돼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보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반기문의 정체성에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며 "지금은 제일 앞선 후보지만, 보수대통합으로 여타 후보들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끝내 보수진영 행을 거부하면 굳이 그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누구든지 보수진영 후보로 나서면 진보진영과 49대51 싸움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보수가 위기 상황에서 똘똘 뭉치는 응집력을 보여준 점도 또 다른 근거다.

국정농단 사태에 실망한 보수층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갖는 기대는 '중도보수'가 아니라 '진짜보수'다. 바른정당이나 반 전 총장이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좌파 대통령은 안된다"는 목소리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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