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cm의 큰 신장에도 날렵한 데다 발기술까지 갖췄다. 스트라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득점 감각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해리 케인(23·토트넘)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케인은 지난달 26일 스토크 시티와 맞대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5일 만만찮은 에버턴을 맞이해서는 멀티골을 터뜨렸다.
케인 활약 덕에 토트넘은 27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선두’ 첼시를 승점 7점차로 추격, EPL 우승컵에 대한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EPL 최고의 골잡이로 성장한 해리 케인
케인은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34경기 21골을 몰아넣며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알렸다. 2015-16시즌에는 리그 전 경기(38경기)에 나서 25골을 뽑아냈다. 더불어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제이미 바디를 1골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득점왕에 등극했다.
그래서 케인의 2016-17시즌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 EPL 득점왕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자신의 최다골 경신과 함께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시즌 초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케인은 개막전을 포함해 3경기 동안의 침묵 끝에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발목에 부상을 당하면서 두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를 소화하며 ‘철인’이란 별명을 얻은 그였기에 부상은 악몽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는 성실하게 재활에 나섰고, 예정보다 일찍 복귀했다.
케인은 토트넘의 최대 라이벌인 아스날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복귀를 알렸고, 이후 5경기(리그·챔피언스리그)에서 6골을 폭발시키며 본격적인 득점왕 경쟁에도 가담했다. 경쟁자들보다 늦은 출발이었기에 3경기 이상 침묵을 허용하지 않았고, 16경기(리그·유로파리그·FA컵)에서 15골을 뽑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최근 4경기(리그·유로파리그·FA컵)에서는 무려 8골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케인의 득점 행진이 더욱 놀라운 것은 꾸준한데 몰아넣는 능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케인은 3경기 연속 무득점 두 차례를 제외하면 득점포 가동을 쉬지 않고 있다. 해트트릭 3번, 멀티골 4번 등 몰아치는 능력도 보여주고 있다.
케인은 소속팀 토트넘보다 전력이 강하거나 비슷한 팀을 상대로는 경기력도 좋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그러나 케인에게도 단점은 있다. 케인은 지난해 11월 아스널 원정 경기를 제외하면, EPL 6위권 내에 있는 팀을 상대로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토트넘이 올 시즌 큰 기대를 품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의 조별리그 탈락을 막아서지 못했다. 차선책이었던 유로파리그에서도 케인의 부진은 이어졌다.
케인은 소속팀 토트넘보다 전력이 강하거나 비슷한 팀을 상대로는 경기력도 좋지 못했다. 주득점원인 자신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온 탓인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하지 못한 경기도 있다. 케인에 향하는 패스는 대부분 차단됐고, 그의 움직임은 상대 수비의 시야에 들어가 있었다.
지난 12일 토트넘이 0-2 완패했던 리버풀전이 좋은 예다. 리버풀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케인에 투입되는 패스가 모두 차단되자 케인은 무기력했다.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으로 빠져 기회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케인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케인은 분명 좋은 스트라이커다. 한때 라다멜 팔카오와 디에구 코스타가 차지했던 ‘인간계 최강자’ 자리는 이제 케인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을 원한다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는 강하지만, 강팀을 상대로는 침묵한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케인은 아직 23세에 불과한 만큼, 단점을 보완할 시간은 충분하다. 토트넘 팬들은 올 시즌 두 번째 ‘북런던 더비’와 지난 12월 아쉬운 패배를 안겼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이 남아있는 만큼, 강팀에도 강한 케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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