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라이드' 안 해도 되는 날, 기쁘게 기다릴 것"
성 소수자 통해 자유·정체성·존엄성의 가치 다뤄
3년 만에 재공연 "우리 사회 좋은 방향으로 진화"
"3년 사이에 시대가 빠르게 달라졌다."
연극 '프라이드(The Pride)'의 지이선 작가가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고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아졌다"며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에 기대감을 전했다.
지이선 작가는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프라이드' 프레스콜에서 "누군가가 약자이기 때문에 차별과 증오를 받는 세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프라이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날을 아주 기쁘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프라이드'는 1958년과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작품이다.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 소수자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개인의 삶과 자유, 정체성, 존엄성의 가치가 결국은 시대와 무관할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두 시대를 오가며 반복되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김동연 연출은 "1958년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고 슬프다. 반면 2017년의 런던은 성소수자들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공간이다"라며 "1958년과 비교할 때 같은 이름을 필립과 올리버가 다른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동연 연출은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지이선 작가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시대가 바뀌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으니 원작자가 전하려던 메시지를 더욱 드러내 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배우들의 감정이나 포즈, 시선, 대사의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절해 이전 공연들과 차이를 두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2014년 초연을 흥행으로 이끈 필립 역의 이명행과 정상윤, 올리버 역의 오종혁, 실비아 역의 김지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또 '프라이드'를 연극열전의 대표 레퍼토리로 안착시킨 2015년 재연의 배수빈(필립), 정동화, 박성훈(이상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이상 실비아), 이원, 양승리(이상 남자)가 대거 귀환했다.
배수빈은 "'프라이드'는 성소수자를 넘어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작품"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소수자들에 대한 생각을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일깨우는 의미에서 재출연을 결심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초재연 배우들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성두섭과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장율이 새로운 필립과 올리버로 합류, 기존 배우들의 깊어진 연기에 신선한 매력을 더할 예정이다.
성두섭은 "사실 초연과 재연 '프라이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본을 읽으면서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며 "대본의 길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사의 압박은 조금 있었지만 즐겁게 참여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프라이드'는 2008년 영국 내셔널 씨어터에서 초연한 비평가협회, 존 위팅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아 어워드 등을 휩쓸며 극찬을 받은 수작이다. 오는 7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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