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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vs박종훈' 민낯 한화, 즉흥 환상곡의 한계


입력 2017.04.07 09:21 수정 2017.04.07 10:0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최근 선수 보강에 큰 돈 썼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

프런트 야구 천명했지만 김성근 감독과 충돌

시즌 초부터 한화의 현장과 프런트는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 연합뉴스

성적 반등이 필요한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하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섰다. 사령탑도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연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은 획기적인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일단 한화는 감독 출신인 박종훈 단장을 앞세워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선수부터 감독까지 현장 경험이 풍부한 박 단장이야 말로 한화의 체질 개선을 이룰 적임자로 보였다.

그러나 한화의 지금까지 행보는 실망 그 자체다. 일단 박 단장과 김성근 감독과의 불협화음이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날선 신경전을 펼쳤던 이들은 시즌 개막 후에도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은 확실하다. 박종훈 단장은 1군과 2군을 분리하겠다는 입장이며, 김성근 감독은 2군도 아우를 수 있어야 1군의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성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의 차이일 뿐, 누구의 생각이 틀렸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일단 무게의 중심은 박종훈 단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직책상 단장은 감독보다 위에 있는 것이 분명하며, 구단 수뇌부 역시 박 단장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화는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프런트 야구의 장점은 상당하다. 한 발 물러나서 보기 때문에 팀 전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여기에 트레이드 또는 1군 승격 등의 절차와 과정이 훨씬 빠르게 이뤄져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고 납득해야할 주체가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이다. 김 감독은 프런트 야구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지난 2015년 한화에 선임될 당시 팀의 전권을 부여 받았다. 이는 앞서 2년간 한화 지휘봉을 잡았던 김응용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두 노장이 재임했던 지난 4년은 철저한 실패였다.

다급해진 한화는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며 프런트 야구로 봉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의도는 박수 받을 만하나 결정은 너무 빨랐고, 과정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김성근 감독의 반발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40년 넘게 현장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감독 권한을 중시했던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을 이제 와서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런트 야구가 불가피했다면, 지난 겨울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거나 계약 만료 시점인 1년 뒤를 기다리는 방법이 있었다. 충돌이 예견됐기에 피해갈 수 있었지만 한화 구단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김성근 감독의 고집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SK 시절 성공을 맛봤던 ‘김성근식 야구’는 이제 구태로 전락한지 오래다. 지난 2년간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런트 야구와 정면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부분도 아쉽기만 하다. OB 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박종훈 단장의 임명만으로도 김 감독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다. 약속 받았던 팀에 대한 전권을 빼앗겼다면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 남았다.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자신의 야구가 옳았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앞으로도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한화의 즉흥환상곡은 말 그대로 환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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