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경기 시작과 동시에 포메이션 교체
사네 소극적 수비 가담으로 실효성 떨어져
첼시가 ‘난적’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꺾으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첼시는 지난 6일(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와의 홈경기서 에덴 아자르의 멀티골에 힘입어 2-1 승리했다.
스페인 최고의 지략가로 불리는 펩 과르디올라, 이탈리아 전술가로 잉글랜드를 평정하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맞대결이기에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 경기에서 터진 득점 모두 전반전에 나왔고, 경기 전체적으로 나온 맨시티의 안일한 플레이는 옥에 티였다.
맨시티는 지난 아스날전과 달리 라이트백에 페르난지뉴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자마자 나바스-페르난지뉴-데 브라위너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면서 나바스가 사실상 라이트 백, 데 브라위너가 윙어, 그리고 페르난지뉴는 실바와 더불어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했다.
첼시는 전반 9분,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의 패스를 이어받은 아자르의 논스톱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맨시티의 수비벽은 너무도 헐거웠고 슈팅을 허용한 지점이 페널티 박스 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
실바-사네-데 브라위너의 2선 공격진들은 수비하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붙어주지 않았다.
아스필리쿠에타가 침투하는 과정에서 델프가 밀착마킹을 하며 공간이 생긴 부분을 실바와 사네가 메워주지 못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 맨시티 선수가 6명이나 포진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자르는 어떠한 저항도 없이 아주 편하게 슈팅을 때릴 수 있었다.
실바와 사네, 데 브라위너는 당연히 수비수들이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을 진행할 것이라 판단했으나 오산이었다. 여기에 맨시티는 원정이었고, 상대팀은 리그 선두 첼시였다. 2선 공격진의 안일한 수비가담이 초래한 선제실점이었다.
#1. 스톤스가 볼을 끌고 나오면서 롱패스를 줄 것처럼 주춤하다 다시 콤파니에게 백패스를 하는 장면.
경기장 중앙까지 볼을 끌고 나왔음에도 굳이 뒤에 있는 콤파니에게 볼을 돌리는 것은 과르디올라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 측면으로 열어주면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지 않고 오히려 콤파니에게 되돌려주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었다. 실바가 스톤스에게 볼을 뒤로 주라는 듯한 액션을 취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나바스가 있는 우측에는 수비수가 붙어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2. 우측면에 비어있는 나바스를 보고도 중거리슛을 때린 페르난지뉴
코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첼시 필드플레이어 9명이 전부 수비가담을 하고 있던 상황. 중앙 밀집형으로 선수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나바스는 우측면에서 침투해 들어가고 있었다. 이를 본 페르난지뉴는 나바스에게 공을 주는 대신 무리하게 중거리슈팅을 시도한다.
#3. 실바에게 공을 받은 아구에로, 무리한 슈팅 시도
불과 2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아구에로가 나바스에게 볼을 연결해줬다면 훨씬 좋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구에로는 주마와 케이힐 사이의 공간으로 슈팅하는 것을 택했고, 공은 힘없이 쿠르투아에게 안겼다.
약 5분간 나바스는 꾸준하게 오버래핑을 시도했지만 동료들에게 외면당했다. 3가지 장면 중 한 차례라도 나바스에게 볼이 연결되었다면 쿠르투아의 실수 이전에 맨시티가 한골을 만회했을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오른쪽 측면을 버린 맨시티의 플레이에 의아함이 남는다.
측면을 이용하지 못한 이들은 공격수뿐만이 아니었다. 2대1 패스를 중시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향과 다르게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던 클리시는 2대1 패스로 침투해가는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았다.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클리시가 상대해야했던 수비수가 페드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쉽게 침투해 들어갈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리시는 사네에게 볼을 배급한 이후 그냥 그 자리에 서있었고, 맨시티는 추가적으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75분, 사네의 미숙한 대처로 맨시티가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첼시와 맨시티 선수들이 각각 페널티 박스에 5대5로 맞섰던 상황.
맨시티 수비진들은 몸을 날려가면서 첼시의 패싱플레이를 저지하고 있지만, 사네는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걸어 다니고 있다. 전반 9분, 아자르에게 실점할 때보다 더 멀리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 명이라도 더 수비가담을 해준다면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으로 진행하는데 수월하겠지만, 사네는 기다리는 방안을 택했다. 그리고 맨시티는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승점을 추가하는데 실패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11명 중 10명이 열심히 뛰어도 나머지 1명의 안일함 때문에 경기가 뒤집어질 수 있다. 맨시티 2선의 안일함은 팀플레이를 저하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첼시와 맨시티의 격차는 승점 14에 이른다. 그리고 맨시티 2선의 수비가담은 시즌 내내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 차이가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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