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하는' 문재인, 토론 전략 바꾼다
대표공약 답변 시 '자신감 부족해보인다' 지적 적극 보완
집요한 질문 예상되면 선제 대응, 수치 설명에도 시간 할애할 듯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TV토론을 위한 전략 보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질문 공세에 대한 후보의 △답변 태도와 △수치를 활용한 대응이다.
대선후보 TV토론은 그간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됐으며, 오는 28일과 내달 2일까지 두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 앞선 토론에서는 '대세론' 후보에게 쏟아지는 집중 공세에 비해 문 후보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등 방어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주적 논란' 관련 발언이 도마 위에 올라 안보관 논쟁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문 후보가 △곧바로 '대통령의 자질'을 들어 대응했으며 △이후 기자 질의에서도 같은 논리를 폈으며 △국방백서에 '주적'이란 단어가 나온다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확인돼 일단락됐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일각에서 전략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결정적 계기는 전날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네 번째 토론회다. 이날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건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었다. 물론 "차별은 반대한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덧붙였지만, 파문은 확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이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인 부분도 자체 평가에서 지적을 받았다. 발단은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면서다. 후보 측은 정책과 상관없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전략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고압적 태도 논란으로 비화된 데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부분은 질문 공세에 맞서는 답변 태도였다. 그는 대표 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과 관련, 유 후보가 재원 마련 대책의 현실성을 집요하게 따져 묻자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답했다. 이에 후보들은 물론 방청석의 분위기 역시 일순간 얼어붙었고, 유 후보는 “매너가 없다”며 해당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윤호중 정책본부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 후보가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계속 악의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핵심 공약에 대해 회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데 대해 “이미 준비는 다 돼있지만 공보팀에서 공약 부분에 대해 더 충분히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국민과 후보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선대위는 향후 토론에서 이러한 두 지점을 보완해 선제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유 후보가 전날과 같은 방식으로 집요한 질문 공세를 재차 선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토론 중 일정 시간을 할애해 핵심 공약의 내용과 재원 마련 방안을 수치상 근거로 설명할 계획이다.
문 후보의 TV토론본부장인 신경민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책이나 재원 소요에 대한 팩트는 우리가 틀린 게 없다. 유 후보가 단순 나누기로 접근한 게 완전한 오류”라면서도 “다만 국민들이 볼 때 대표정책이라고 하면서 자신감 없이 대응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다음 번엔 좀 더 확고한 어조로 수치를 넣어서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수석대변인도 “세세한 설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후보가 국민들에게 대략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나 수치를 설명해 드리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TV토론은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세세한 설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전략적으로 그 부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가 됐던 답변 태도에 대해선 “더 넓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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